의료·반도체 ‘협치’가 진짜 민생이다[문희수의 시론]

  • 문화일보
  • 입력 2024-04-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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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尹 - 李 회동 자체가 소통 큰 진전
민의의 핵심은 국정 스타일 변화
尹 ‘김치찌개 오찬’ 약속 실행을

민생 협치 위해 野도 달라져야
경제계 “反시장법 속출” 불안
의료·돌봄·반도체 협의체 적절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은 국정에 큰 전기가 될 게 분명하다. 의제에 제한이 없는 열린 만남 자체가 소통의 큰 진전이다. 윤 대통령 스스로 강조했듯이 이 대표 말을 주로 듣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4·10 총선 민의는 윤 정부의 국정 개혁·정책 방향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을 바꾸라는 게 핵심이다. 한 번 만난 것으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차제에 윤 대통령은 용산 출입 기자들과의 김치찌개 오찬 약속도 실행해야 한다. 지난 22일 윤 대통령이 17개월 만에 기자들 앞에서 비서실장·정무수석 인선을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가진 게 화제가 되는 상황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비록 ‘바이든-날리면’ 소동이 있었어도, 이렇게 소통하면 되는 일이었다. 앞으로 윤 대통령이 수시로 기자 브리핑을 재개하고, 다음 달 2주년 출범 회견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의 단절에 유감 표명 정도라도 하는 게 옳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협치는 지극히 어려운 과제다. 지향하는 정책과 가치의 간격이 너무 크다. 이 대표는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에다 횡재세까지 주장한다. 삼성전자가 올해 낼 법인세가 제로(0)다. 지난해 적자 탓이다. 전체 법인 세수 가운데 삼성전자 세금은 적을 때는 4∼5%, 많을 때는 10%나 차지한다. 올해 세수에 막대한 차질이 뻔한 만큼 재정 지출을 더 줄여야 할 형편이다. 제22대 국회를 좌지우지할 거대 야당이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보편지원금 13조 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요구할 때가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물론 오죽하면 민노총조차 물가 자극 등을 들어 반대하겠나.

경제계는 제22대 국회에서도 반시장·반기업 법안이 쏟아질 것이라고 불안해하는 마당이다. 실제 민주당이 임기가 한 달 남은 제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이 거부했던 양곡관리법안, 셀프 특혜법인 민주유공자법 제정안, 프랜차이즈 업 축소를 유발할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고, 불법 파업을 부추기는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 등을 의석수를 앞세워 끝까지 밀어붙일 태세여서 불안감을 더 키운다. 이런 식의 일방통행이라면 협치는 불가능하다. 거야(巨野)가 총선 민의라며 윤 정부의 감세·긴축 기조를 바꾸라고 압박하는 것은 오판이자 오만이다. 건폭 타파 등 노동개혁에 이어 의대 정원 확대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여당 참패·야당 대승인 총선이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역구 득표율 차이는 5.4%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여야 모두 한결같이 민생을 살리자고 한다. 그렇기에 민생을 위한 협치가 돼야 할 것은 분명하다. 민생은 곧 경제인 만큼 ‘민생 협치’의 핵심은 경제 살리기다. 여야 또는 여·야·정 특위를 만든다면 일단 최소의 공통분모인 의료개혁·반도체 지원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순리다. 마침 민주당도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해 특위를 주장해온 터다. 특히, 이 문제는 민주당도 자유롭지 않다. 김대중 정부에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의사들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의대 정원을 줄여 3058명의 정원이 18년간 유지돼온 것이 의료개혁의 발단이 됐기에 그렇다. 민주당은 또, 반도체 지원에는 긍정적이어서 올해 만료되는 투자세액 공제(15∼25%) 혜택을 연장하겠다는 공약도 냈다. 미국·일본·중국 등이 미래가 걸린 반도체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정부가 직접 수십조, 수백조 원의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는 국가 대항전에 나선 만큼 우리도 가능한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저출생 극복, 노인·자녀 돌봄 문제, 자영업 지원 등을 위한 협의체도 좋을 것이다. 외국인 가사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문제도 해법이 시급하다.

국민연금, 정년 연장·계속 고용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의 전향적인 자세가 긴요하다. 부자 증세, 기본소득 같은 논란이 큰 주장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 정치로 민생을 안정시켜야 한다. 물론 야당으로선 특검 등 요구할 건 요구하고, 정부·여당과 협상도 해야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국민은 정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민생을 살리는 협치를 하려면 진정성부터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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