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주범 ‘쪼개기 상장’ 제동 건다

■ 금융위 ‘밸류업 가이드라인’

주주가치 훼손 잇단 지적에
시장과 상장 계획 공유토록

정부가 내달 2일 공개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에 상장 기업들의 이른바 ‘쪼개기 상장’(모자 기업 복수 상장) 방지 대책을 담을 예정이다. 상장사가 쪼개기 상장 등 지배구조 운영 계획을 자율 공시하도록 하고, 이를 준수한 기업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우대’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쪼개기 상장이 주주가치 훼손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온 만큼 이번 개선으로 상장사들의 적정 기업가치가 매겨질 전망이다.

29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 2일 발표하는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 가이드라인’에 상장사가 향후 쪼개기 상장 등 자사의 동시 상장 계획을 공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쪼개기 상장이란, 모기업의 핵심 사업을 분리해 물적분할한 후 자회사를 세워 이를 상장하는 것이다. 상장사들은 경영 전문성·효율성 강화, 유연한 자금조달이라는 명목으로 쪼개기 상장을 자주 해 왔다. 반면, 모회사 기업 가치가 하락해도 모회사 주주에 대한 보호 장치가 미흡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2022년 ‘황제주(주당 100만 원)’로 칭송받았던 LG화학이 전지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한 후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LG화학은 물적분할 후 주가가 3분의 1(37만3000원, 26일 종가) 토막이 났다. 쪼개기 상장 계획을 시장과 공유하도록 함에 따라 상장사의 지배구조 등이 보다 적정하게 책정될 전망이다. 밸류업 가이드라인은 자율 형태라지만, 밸류업 지수와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로 이어지기에 정책 동참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한 세제 개편 동력이 ‘4·10 총선’ 후 줄어들자 지배구조 개선에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