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수확비용 감춘채… ‘잠재력 충분하다’고 해서야[기고]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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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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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모 신문은 ‘‘한국은 햇볕과 바람이 적어서’…재생에너지 죽이는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우리나라에 재생에너지 자원이 충분히 많다는 취지의 보도였다. 또 우리나라에 햇볕과 바람이 적다는 필자의 주장을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기사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한국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현 발전량의 14배나 된다’ ‘신재생에너지 백서(2020)에 따른 재생에너지 기술적 잠재량은 1만3125TWh로, 지난해 한국의 연간 발전량 588TWh의 22배에 이른다’ ‘경제성을 고려한 시장 잠재량은 연간 발전량의 1.6배인 926TWh다’.

기사를 보는 순간 몇 년 전 TV에서 보았던 한화그룹의 광고가 떠올랐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의 장엄한 선율을 배경으로 태양 플레어를 보여주면서 ‘이 광고를 보는 30초 동안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광만으로도 전 인류가 48시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됩니다’라고 했던 광고 말이다. 기사도 한화그룹의 광고도 사실이다. 그러나 진실은 아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을 설명하지 않았다. 공짜 햇볕을 전기로 수확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았다. 태양광은 공짜지만 전기가 공짜는 아니다. 잠재력도 마찬가지다. 잠재력은 자원이 얼마나 많은지를 얘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원을 수확하는 비용 그리고 자원의 품질을 함께 고려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석탄을 채굴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거나 캐낸다고 하더라도 품질이 낮은 석탄광산은 있어도 있는 것이 아니다. 2022년 원자력발전의 정산단가는 ㎾h당 52원이었다. 신재생에너지는 271원이었다. 자원은 공짜지만 수확하는 데 그만큼의 돈이 들어간다면 아직까지는 보급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 잠재량 926TWh는 턱도 없는 소리고, 개념도 틀렸다.

필자가 주장한 대로 우리나라는 햇볕과 바람이 풍족하지 않다. 캘리포니아 햇볕의 절반 수준, 영국 풍력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니 동일한 태양광발전소나 풍력발전소를 설치해도 나오는 전력은 적을 수밖에 없고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잠재량 주장은 국민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

지난해 몇 단계에 걸쳐 전기요금은 50% 인상됐다. 연간 전기요금을 2조 원 내던 삼성전자는 3조 원을 내고 있다. 제조업이 대부분 이 수준이라면 수출경쟁력에 엄청난 충격이 올 것이다. 가정에서도 지불할 전기요금이 올랐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전기요금은 모든 제품의 생산단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물가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그렇게 전기요금을 인상하고도 한국전력공사는 적자다. 더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1㎿ 태양광에 필요한 면적이 1만3200㎡가량이니 단순 계산하면 481㎢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 틀렸다. 태양광의 전력생산은 하루에 3.5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발전소들만큼 전력을 생산하려면 이보다 7배 많아야 한다. 또 전력 수요가 없을 때 나오는 전력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태양광 발전기가 과잉생산을 할 경우 전력망의 안정성을 위해 송전망에서 떼어버리기 때문에 이때 생산한 전력도 빼야 한다. 면봉으로도 마루를 닦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는 순간 거짓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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