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대 신설 더 미적대선 안 된다[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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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오 前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 예비역 육군 중장

지난 2009년 정부 입법으로 설립하려던 국방의학원은 국회에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그러나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는 과정을 보면서 군(軍)에서는 유사시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요구가 팽배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도 잠시뿐, 당시 민간 의료 전문가들이 의대에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므로 별도의 특수대학원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반대했고, 정부로서도 추가적인 예산 소요가 부담된다고 해 이 안은 성사되지 못한 채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그러던 것이 최근 의대 증원 관련 논의와 함께 다시 군내 선결 과제로 부각돼 다행으로 생각한다.

현재 군의 의료는 전적으로 의무복무 군의관에 의존하고 있으나, 의학 전문대학원 제도가 도입된 후 선행한 학부과정 중에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입학자가 늘어 의무복무를 해야 할 군의관을 확보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 군의관은 3년을 근무하는 단기 군의관과 10년을 근무하는 장기 군의관으로 나뉘는데, 최근 10년간 장기 복무를 지원한 군의관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그나마 2021, 2022년 각 1명이라도 있던 것이 지난해에는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기준 장기 군의관은 군 장학생이나 사관학교 출신자 중 의전원에 위탁 교육해 확보한 인원이 전부로, 전체 군의관 2400여 명 중 7.7%밖에 안 된다. 그 결과 일선에서의 임상진료는 경험이 적은 단기 복무 군의관에 의존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군 의료 수준에 대한 불신을 일으켜 그 극복 방안으로 추진했던 현역병들에 대한 민간 병원 진료 제도는 의료 수요만 촉발했다.

군에서 필요로 하는 의료 분야는 전쟁이 벌어졌을 때 직면하는 것으로, 골절·신체절단·총상·파편상·화상을 포함한 심각한 외상과 잠수병, 생물학·화학 물질에 의한 부상은 물론 트라우마(trauma·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치료 등이 있는데 민간 의료 영역과는 확연히 구분이 된다.

군에서 자체 국방의료 교육기관을 통해 군의관을 확보하는 나라는 미국·일본·중국 등이다. 1972년에 설립된 미국의 ‘군의과대학교(USU)’는 군은 물론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군의관, 간호사, 보건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학사학위를 가진 군인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선발하며, 120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필자가 방문했을 때 학생들이 2층으로 된 도서관 열람실을 꽉 채운 상태에서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공부에 열중하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군의과대학교 화상센터와 트라우마 치료 분야는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며, 재활센터 또한 유명하다. 미국의 이러한 국방 의무요원 양성 체제와 유사한 것으로, 일본 자위대에는 ‘방위의과대학’이 있고 중국 인민해방군은 3개의 ‘군의대학’을 운용하고 있는데 모두 민간 의료기관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군내 뒤떨어진 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고 전시나 전염병 창궐 때와 같은 위기 때를 대비한 군 전문의 특수 의료 분야를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전 세계 6위의 국방력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조치일 뿐 아니라, 국가의 공공의료 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해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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