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서 나온 ‘직구 규제 정책’ 비판… 이런 게 정상이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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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해외 직구(직접 구매) 규제’ 정책이 사흘 만에 철회된 것과 관련, 여러 차원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정부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들어오는 KC 마크가 없는 제품 80품목의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던 방침을 16일 발표했다가 19일 접었다. 범정부 TF가 2개월 이상 검토했음에도 이런 소동이 빚어진 것은 정책 불통과 탁상공론, 복지부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책 불신은 커지고,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한 안전성 대응은 더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 대한 전반적 점검과 시정 조치가 필요하지만, 이와 별개로 정부의 신속한 여론 반응과 여권 내부 비판 활성화의 계기가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4·10 총선 이전엔 여권 인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을 조금만 비판해도 ‘내부 총질’이라고 비난받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번엔 달라졌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19일 “개인의 해외 직구 시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공정한 경쟁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부”라고 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는 입장도 밝혔다. 또 유승민 전 의원은 “무식한 정책”, 나경원 당선인은 “졸속 시행”이라고 비판했다.

5개월 전까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추경호 원내대표도 “설익은 정책 발표로 국민 우려가 커지면 정부를 비판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 중진들이 이렇게 입장을 밝힌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그만큼 정부의 정책 혼선은 심각하다.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하겠다고 기조를 뒤집은 것은 물론, 만 5세 입학·일회용 컵 사용·의대 증원·연장근로 시간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당이 제 역할을 했더라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총선 참패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여당이 민심을 가감 없이 대통령과 정부에 전달하는 것, 그런 게 정상적인 당정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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