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접목해 악성 진화하는 n번방, 무기력한 공권력[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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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특히 급속한 AI 발전에 접목해 딥페이크 영상 등으로 악성 진화 중이다. 그런데 실제 대응은 족탈불급이라는 사실이 ‘서울대판 n번방’ 사건으로 거듭 확인됐다. 2020년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마련된 우후죽순 대책들이 별다른 실효성이 없었고, 공권력은 여전히 그런 범죄에 무기력했다.

서울경찰청은 21일 대학 여성 동문 등 피해자 61명의 불법 합성 음란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로 주범인 서울대 졸업생 2명을 구속했다. 후배 얼굴 사진에 나체 사진을 합성하는 수법 등을 동원했는데, 2021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만든 대화방은 100개가 넘는다. 외양은 3년 전 n번방 사건과 유사하지만,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유사 범죄가 급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딥페이크 기술로 연예인 등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한 영상물 유포 사례는 지난해 동기 대비 400% 늘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사진만 보내면 AI 기술로 음란물을 제작해 주겠다는 서비스 홍보가 ‘지인능욕’ ‘연예인 능욕’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n번방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은 정작 텔레그램을 규제권 밖에 두는 등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당초 어영부영 수사를 종결했는데, 피해자들이 범인을 특정했다고 한다. 한심하고 충격적인 일이다. n번방 사건을 알린 ‘추적단 불꽃’ 역할이 컸다. 공권력이 이 지경이면, 디지털 성범죄 척결은 불가능하다. 디지털 범죄는 싹부터 잘라서 창궐을 막아야 한다. 경찰·검찰은 철저히 수사하고, 법원은 최고 형량으로 엄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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