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 ‘2강 체제’ 굳어지는 ETF 시장… 과점 우려 커진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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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 운용보수… 과잉경쟁
좋은상품 개발 소홀해 지고
‘베끼기’만 반복될 가능성도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배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과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대 주력 상품을 겨냥, 자사 유사 상품의 운용 보수를 ‘0%’ 선까지 낮추는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침에 따라 시장 전반에 과잉 경쟁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의 총보수를 연 0.0098%로 낮췄다. 이 상품은 양도성예금증서(CD) 1년 만기 금리를 추종하는 금리형 ETF로 시가총액만 6000억 원을 넘어선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달 미국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 4종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9%로 낮췄는데 이를 겨냥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두 회사가 경쟁적으로 수수료 인하에 나서는 것은 최근 ETF 증가세가 커 시장 선점에 나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가치총액은 지난 4월 기준 141조2347억 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6.6% 급증했다. 이 중 양사가 차지하는 점유율만 70% 중반 이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의 점유율 차이는 2020년 26.70%포인트에서 지난달 2.69%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두 회사 싸움은 시장에도 영향을 줘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 총보수를 0.25%로 설정했다. 관련 상품 중 세계 최저 수준이다.

ETF 시장 경쟁 과열에 일각에서는 운용사들이 수수료 인하라는 ‘치킨게임’에만 치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로선 나쁠 게 없다. 하지만 운용사들이 유사상품만 내놓는 ‘상품 베끼기’를 반복하면서 길게는 수익성 좋은 상품 선택권이 축소될 여지가 많다. 예컨대 미국 ETF 상품 중 이름에 반도체가 포함된 상품은 13종목인 데 반해, 국내는 34종에 달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월부터 강화한 ‘상장지수상품(ETP) 신상품 보호제도’를 운영해 시장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반면 도입 4개월째에도 신청 건수는 0건에 그친다. 운용사들이 특색 있는 상품 개발에 소홀하다는 지적에 더해 거래소도 건전한 시장 육성이라는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라는 브랜드만 남아 상위 회사에 고객이 점점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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