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짓” “실험적” 엇갈린 평가… 상영관 못찾는 ‘대부’의 영화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8 10:46
  • 업데이트 2024-05-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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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인생 절반을 바친 영화 ‘메갈로폴리스’의 한 장면. 시장의 딸 줄리아(나탈리 이매뉴얼·오른쪽)가 도시를 재건하기 위해 측량에 나선 건축가 세자르 카틸리나(애덤 드라이버)를 걱정스러운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IMDB 제공



■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 신작 ‘메갈로폴리스’

13년만에 극영화로 칸 경쟁후보
뉴욕 수준의 대도시 파괴된 이후
유토피아로 재건 위한 암투 그려

영화속 인물 - 스크린 밖 사람이
대화 통해서 극 중 세계 허물고
파격적인 근친상간·마약 장면도

예술성 선호 유럽 배급검토에도
美배급사 정해져야 타국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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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의 명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사진)의 신작 ‘메갈로폴리스’가 극장에 상영되지 못한 채 사장될 위기를 맞았다. 미국 배급사를 구하지 못해서다. 세계적인 감독의 13년 만의 극영화,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애덤 드라이버 등 쟁쟁한 배우진, 타락한 로마 제국과 현대 뉴욕을 은유하는 대서사시 등 주목받을 요소가 차고 넘치지만, 자국에서 외면받고 있는 이유는 내용과 형식이 기존 극장의 틀에 담기 어려울 만큼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메갈로폴리스’는 소문 이상의 파격으로 평론가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미국 뉴욕이 연상되는 대도시가 사고로 파괴된 이후, 지속 가능한 유토피아로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축가 세자르 카틸리나(애덤 드라이버)와 부패한 시장 프랭클린 시세로(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의 대결 구도, 그리고 그 사이에 그의 딸 줄리아(나탈리 이매뉴얼)가 끼어들며 펼쳐지는 과학소설(SF) 대서사시로 주연 배우 외에도 샤이아 러버프, 오브리 플라자, 더스틴 호프먼, 존 보이트, 로런스 피시번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모습을 비춘다.

특히 영화엔 스크린 밖의 배우가 영화 속 세자르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이른바 ‘제4의 벽’(무대 밖의 현실 세계와 무대 위에서 전개되는 극 중 세계를 구분하는 가상의 벽)을 허문 것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극장 밖의 배우가 영화 속 세자르 카틸리나(애덤 드라이버)와 대화를 나누는 ‘메갈로폴리스’의 한 장면. 엑스(X) 캡처



이제까지 영화 속 인물이 관객을 쳐다보거나 말을 거는 경우는 있었지만, 아예 스크린 밖의 사람이 스크린 안의 배우와 대사를 나누며, 스크린 밖 공간까지 영화 세계를 확장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었다. 이 영화를 제대로 상영하기 위해선 극장에서 상영할 때마다 매번 스크린 밖에서 대사를 할 배우를 섭외해야 한다. 많은 배급사들이 실제 구현 가능성에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아울러 딥페이크 영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직접적이고 파격적인 성애 묘사 장면과 마약 흡입 장면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락한 자본가 크라수스 3세(존 보이트)와 집안의 막내(샤이아 러버프)가 주도하는 근친상간 장면이 대표적이다.

물론 ‘메갈로폴리스’ 외에도 영화의 가능성을 넓히려는 시도는 많았다. 최근 전주국제영화제에 내한했던 대만 출신 거장 차이밍량 감독의 ‘행자’ 연작이 대표적이다. 차이밍량은 “그림이나 조각을 보듯 영화를 볼 수는 없을까”란 문제의식에 기반해 스토리텔링을 배제하고 피사체의 움직임만을 담은 ‘행자’ 연작에 천착해왔다. 태국의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감독도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영화들과 ‘메갈로폴리스’는 상황이 다르다. ‘메갈로폴리스’는 제작비만 1억2000만 달러가 투여된 대작 영화로 상업성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

코폴라 감독은 당초 1980년대부터 이 영화를 구상했다. 적합한 제작자를 구하지 못해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와인 생산지 중 하나였던 자신의 포도밭마저 팔며 이 영화를 찍었다. 코폴라 감독은 이미 1978년 이 프로젝트에 대해 “중요한 주제에 대해 정말 엉뚱하고, 당혹스러우며 거만한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곤 40년이 지나서야 이 영화를 완성했다.

칸영화제에서 영화가 상영된 직후 한 영화제작사 임원은 이 영화를 두고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는 “형식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대담한 실험”이라며 호평한 반면,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생각으로 가득 찬 비대하고 지루하며 당혹스러울 정도로 얕은 영화”라며 혹평했다. 영화 평가 사이트 로튼토마토 점수 역시 52%로 토마토가 터져버렸다.

반면 예술영화 선호도가 높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에선 속속 배급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이 영화의 프랑스 배급을 맡은 ‘르 팍트’의 장 라바디 회장은 “코폴라 감독이 전례 없는 위험을 감수하고 주요 영화 스튜디오에 맞서는 것은 환상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완전한 자유 속에서 혁신적인 영화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몇몇 곳이 이 영화의 수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배급사가 정해져야 다른 나라에서도 극장 상영이 가능해지기에 여전히 이 영화의 운명은 안갯속이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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