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트럼프 노벨상’ 미끼[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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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펴낸 대담 형식의 회고록에는 그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의외로 많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만큼이나 기자들과의 직접 문답을 꺼렸던 탓에 개별 현안에 대한 그의 솔직한 견해는 알 길이 없었는데 ‘변방에서 중심으로’에는 그의 당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당시 한미관계는 한미연합훈련 중단, 방위비 협상 등으로 갈등이 많았지만, 회고록에서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에 대해 우호적으로 기술했다.

회고록에는 “트럼프와 단둘이 만날 때 평화적 방식으로 비핵화를 해내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지 못한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라고까지 띄우면서 미북정상회담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노벨평화상 욕심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트럼프는 “북한이 충분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싱가포르와 하노이, 판문점에서 회동이 이뤄졌다.

문제는 이후 문 전 대통령의 행동이다. 트럼프가 싱가포르 회담 후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독단적으로 발표했음에도 문제 삼지 않았다. 또, 정상외교에 나설 때마다 유엔 대북 제재 해제를 촉구했다. 문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미끼로 트럼프를 유혹한 것은 기발하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사기극 전말이 드러났음에도 “김정은은 비핵화 진심을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고민을 토로했다”고 쓴 것을 보면 대한민국의 안위보다 김정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걱정한 듯하다. ‘북한에 가스라이팅 당했나’는 의구심마저 든다.

트럼프는 문 전 대통령이 운을 뗀 노벨평화상에 대한 미련이 남았던지 2018년 후보 추천을 해달라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를 압박했다. 이 사실이 공개된 후 일본 국회에서 논란이 되자 아베는 “트럼프가 요청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일본의 국익을 위해 내키지 않는 일을 했다는 뉘앙스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노벨평화상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할까. 김정은이 ‘핵무기는 남한 정복용’이라고 헌법에까지 넣은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한다면 진짜 노벨상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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