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 정당화하는 이재명 민주당[김세동의 시론]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9 11:36
프린트
김세동 논설위원

추미애 국회의장 선출 실패 후
이 대표, 당원 중심 정당 선언
‘대의민주제 = 구형’ 일방 규정

이 대표 연임론 확산은 병리 현상
이재명, 3D라며 연임 손사래
친명은 ‘지도자 결단’ 바람잡아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부터 조금씩 민주성을 잃어가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노골적으로 전체주의화하고 있다. 소속 의원 171명을 이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뜻을 좇은 경쟁자들의 출마 포기로 사실상 추대로 뽑혔다. 추미애 개인의 흑역사에 따른 국회의원 당선인들의 반감에다 친명의 어설픈 개입 역작용 등으로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마저 교통정리하는 건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재명 일극 체제가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보여줬다.

이 대표는 국회의장 교통정리 실패를 당 장악력 강화에 이용하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그는 2026년 지방선거 때 지방의원 공천권을 행사할 시도당위원장 선출에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의장-원내대표 선출에도 책임당원 투표를 10∼50% 반영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데까지 갔다. 국회법 위반이고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다.

민주당의 전체주의화를 보여주는 최고 상징적인 장면은 이재명 대표 연임 추대론의 확산이다.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석 달 뒤 보궐선거에 나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다시 두 달 뒤인 2022년 8월에 당 대표에 당선된 이 대표는 현직 대통령으로 여당 총재를 겸임했던 김대중 이후 처음으로 대표를 연임할 공산이 크다. 그것도 추대로. 이 대표는 손사래를 치지만 친명 핵심 인사들의 말을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 같다.

이 대표는 3월 10일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직업)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달 22일엔 당선인 워크숍에서 “안 하고 싶다. 엄청 피곤하다. 정치적으로 나에게 득 될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마치 당 대표 연임이 자신을 희생하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인 것처럼 얘기했지만, 권력자의 속마음을 읽는 데 천부적인 친명 정치인들의 움직임은 달랐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재명 대표밖에 없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이 대표를 설득하고 권유하는 데 총대를 멜 생각이다”고 썼다. 대표에게 아부하면서 ‘총대를 메는 것’으로 표현한 것도 이재명을 닮았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하루 뒤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님께는 가혹하고 힘들겠지만,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표 연임이 선당후사라니! 그 대표에 그 최고위원이다.

갈수록 커질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 될 이 대표 연임 길을 깔면서 ‘국민의 바람을 들어주는 지도자의 결단’으로 포장하고 있다. 최고 지도부부터 말단 당원까지 총동원돼 ‘지도자’ 연임을 추대하자는 병리 현상은 전체주의·파시스트 정당 행태와 유사하다. 히틀러의 공식 직함이 국가, 정부, 나치당의 최고 ‘지도자’(Fuhrer·퓌러)였다. 이승만 대통령 3선 출마 결단을 호소한 1956년 관제 데모와도 닮았다. 이와 관련, 홍익표 전 원내대표가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표가 대표직 연임과 관련해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고 의견을 물었다”고 밝힌 것은 의미심장하다.

추미애 국회의장 후보 선출 실패 이후 당원 의사를 더 많이 반영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위험하다. 이재명은 지난 22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우리는 대의제 중심의 과거형 민주주의에서 직접 민주제 중심의 미래형 민주주의로 혁신해가는 거대한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고 했는데, 견강부회다. ‘대의민주주의=과거형’이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한 것도 억지스럽다. 열혈 당원의 의사를 더 많이 반영하는 게 더 좋은 민주주의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과거의 예를 보면, 당원 직접 민주주의 강화는 독재자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당 기구나 정부를 우회하거나 타도하기 위해 사용한 대중 동원 수단인 경우가 많다. 대약진운동으로 수천만 명의 아사자를 낸 책임을 지고 물러난 마오쩌둥이 권좌로 복귀하기 위해 어린 학생들을 홍위병으로 동원해 당과 정부의 요인들을 ‘주자파’(走資派)로 몰아 대거 숙청했는데, 지금 민주당의 개딸을 이용한 수박 처단과 많이 닮았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세동 논설위원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