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진료·간호 체계도 서두를 때다[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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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

2010년 의대 증원 주장이 등장했을 때, 의사들은 우리나라엔 의사의 ‘총량’이 아니라 ‘분포’가 문제라고 반박했다. 증원하지 말고 지역에 갈 여건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정부는 증원을 포기했다. 그래선지 2020년에 400명 증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300명은 ‘지역의사’로 양성하겠다고 했다. 면허 취득 후 지역에서 의무 복무를 하는 의사를 뽑겠다는 것이었다. 의사들은 다시, 장학금 토해내고 돈 잘 버는 의사로 가지 누가 지역에 남겠느냐고, 자질 부족한 ‘열등’ 의사를 만들려 하느냐고 반발했다. 정부는 다시 두 손 들었다. 증원 논의 자체를 계속 거부하는 의사들을 향해 정부는 올 초 ‘2000명 증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안을 내놨다. 의사 사회는 전방위적으로 저항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은 1509명으로 확정됐다. 입학 단계에서는 지역의사나 공공의사를 뽑지 않는다. 대신 지역 고교 출신을 뽑는 지역인재 전형의 비중을 높인다. 의대를 신설하지 않고 기존의 소규모 지방 의대의 정원을 확대한다. 결국 내년도 의대 증원의 요체는, 10년 후에 배출되는 의사가 지역에 남을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이되, 근무지를 강제하는 방식은 지양하는 것이다.

고령사회에서 강조되는 것은 ‘지역포괄케어’다. 고령 어르신에겐 급성기의료, 만성기의료, 간호간병, 돌봄, 복지 서비스가 중복적으로 필요하다. 이들 서비스는 급성기병원, 재활병원, 요양병원, 요양시설에 입원·입소해서 받는 것이 보통이지만, 어르신이 자택에 머물면서 받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다. ‘재택의료’는 의사의 ‘방문진료’나 간호사의 ‘방문간호’가 핵심이다. 이들 서비스가 원활히 제공되는 체제가 사회적으로 갖춰져야 어르신도 집에 머물면서 생을 누릴 수 있다(Aging in Place).

제대로 된 재택의료 체계를 만들긴 쉽지 않다. 오랜 기간의 다양한 경험이 축적돼야 한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20여 년 선행하는 일본도 재택의료를 본격적으로 하는 의원(재택요양지원 진료소)이 만들어져 의료보험에서 인정된 것은 2006년이다. 노인인구 비율이 현재의 우리보다 더 높던 때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 속도를 생각할 때 우리는 늑장 부릴 여유가 없다. 일본에서도 의사의 방문진료가 의료보험에서 처음 시작된 것은 1986년이고, 방문간호는 1992년이었다. 우리는 5년 전부터 일부 제한된 시범사업을 하고 있을 뿐이다.

재택의료에는 의사만이 아니라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다. 서구 각국은 우리보다 의사와 간호사가 인구 비율로 1.5배나 많지만, 이들 인력을 계속 늘리고 있다.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고령화 속도는 빨라서 노인인구 비율이 2030년 25%, 2040년 34%가 된다. 10년 이내에 지역포괄케어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에 필요한 의사는 허약 노인을 진단하고 생활 속의 건강을 챙겨주는 동네 의사다. 모두 수능 고득점자일 필요는 없다. 모두 큰 병원에서 고난도 수술과 맞춤형 면역항암치료를 수련할 필요도 없다. 지역병원에서 기초의료 분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역의료를 경험할 기회를 가진 의사, 초기 질환의 진단 및 관리 능력을 높여 다양한 환자군을 돌볼 균형 잡힌 의사가 고령사회에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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