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33년 만에 핵 증강 선회, 韓도 ‘핵 확보’ 失機 말아야[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6-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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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 동안 핵무기 확산 저지에 앞장서왔던 미국이 핵 정책의 전면 전환을 예고함에 따라 좋든 싫든 세계 핵 안보 질서는 더욱 요동칠 수밖에 없게 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9일 인터뷰에서 북·중·러의 핵 증강에 우려를 표한 뒤 “핵무기 확대 가능성을 테이블에 올리라는 전문가 위원회의 초당적 요구에 귀 기울이겠다”고 했다.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도 협의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와 미국 공화당은 민주당 행정부보다 더욱 적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핵 정책 선회는 1991년 7월 미·소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이후 33년 만으로, 러·중·북의 핵탄두 증강이 동북아와 유럽에서 지정학적 위기를 키우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이행 중지 선언 후 핵 증강에 나섰고, 중국은 2030년까지 핵탄두를 10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북한도 중국·러시아 비호 하에 핵무기 개발과 증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영국·프랑스 수준의 핵 보유를 지향하는 것으로 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핵이 심각해지면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했지만, 워싱턴선언 후 확장억제 강화에 자족하는 듯하다. 그러나 핵우산만으론 부족하다. 대한민국 주권이 행사되는 핵 역량의 확보가 필요하다. 재처리권 및 우라늄 저농축권을 확보해야 장기적으로 핵무기 개발과 보유도 추구할 수 있다. 남북비핵화선언은 전략무기감축협정 분위기에서 그 5개월 뒤에 합의됐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사멸’을 선언한 지 오래다. 한국도 그런 선언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미국 핵 정책 전환이란 역사적 기회를 실기(失機)하지 말고 핵 주권 확보에도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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