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이재명의 국회’도 현실화… 국가 퇴행 걱정된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6-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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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 임기 시작과 함께 ‘이재명의 민주당’에 이어 ‘이재명의 국회’까지 현실화하고 있다. 반세기 이상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온 정당에 의해 정당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참담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당헌을 ‘이 대표 맞춤형’으로 바꾸고, 국회 본회의를 주도해 법제사법위원장 등 22대 국회 전반기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공교롭게도 1987년 민주화 운동의 봇물이 터졌던 6·10 항쟁 기념일이었다.

민주당 단독으로 선출된 우원식 국회의장이 “(민주화 이후) 관례가 국회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천명한 만큼 국회 앞날은 뻔하다. 원내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례를 깨고 국회의장·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을 모두 독식했다. 합의가 안 된 법안에 대해 숙려기간을 두는 국회선진화법도 무너진다. 상임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면 이를 거치지 않고 단 며칠 만에도 통과시킬 수 있다. 일방의 이념과 필요에 따른 법안들만 일사천리 입법되고,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맞서는 상황이 무한 반복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다수당의 신속한 법안 처리가 총선 민의”라고 했으나 왜곡이다. 민주화 이후 30년 이상 국회 원 구성에서 다수당 독식이 아닌 여야 협상 관례가 정착된 것은 견제와 균형, 대화와 타협 정치의 소산이다.

법사위원장과 위원 면면을 보면 ‘이재명 변호인단’ 같은 분위기다. 정청래 위원장은 “수사 검사도 증인으로 부를 수 있다”고 했다. 대장동 사건 등을 변호했던 박균택·이건태 의원이 법사위원이다.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게 중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를 맹비난했다. 구미에 안 맞는 판결을 한 판사를 고소하고 수사·처벌 길을 여는 ‘법 왜곡죄’ 입법까지 거론한다.

민주당은 당 대표의 대선 1년 전 사퇴 규정에 예외를 두고,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정지 조항을 삭제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최고위원회에서 의결했다. 이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 채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 2027년 대선 직행의 길을 터줬다. 이런 폭주는 민주주의의 축적된 힘을 약화시켜 국가 퇴행을 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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