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모모세 타다시 지음/사회평론/343쪽/7천8백원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서울의 한복판에서 별 맹랑한 책도 다 출판되는구나 하는 생각에서 서평을 수락했다. 그러나 첫 장을 넘기자 ‘한국 사람이 되고싶은 일본인’으로 제목을 정하려고 했다는 내용을 접하고서는 거꾸로 시들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을 펴 들자 우선 거침 없이 재미있게 읽어 내려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28년동안 한국에서 근무한 일본의 한 ‘상사맨’이 애정을 가지고 한국에 충고를 하는 내용이라는 책에 대한 자평이 흥미를 더하게 했다. 한국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일본 사람이 하는 충고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핵심은 한국사람들이 고쳐야할 결점에 대한 지적과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한 조언이 아닌가 생각된다.
모모세씨가 지적하는 한국 사람들의 결점들은 저자만이 지적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대부분이 ‘과연’하고 저절로 수긍이 갈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한국의 신문 방송들은 일본 문제가 나올 때마다 천편일률적인 보도를 내보낸다”든지 “88서울 올림픽 때에는 길거리에 쓰레기 한점 보이지 않던 서울 거리가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는 등의 지적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저자의 지적을 받고 나니 새삼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한국에 대한 비판의 척도가 보편적인 척도가 아니라 “그러나 일본은 그러지 않는다”든지 “일본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그런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등 일본을 모든 가치의 척도로 삼고 있는데 이르러서는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혼네와 다테마에’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하지만 나는 일본에서 유학할 때 60여개국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는데 그들 대부분이 상대방에게 자기의 생각을 분명히 밝히지않는 ‘혼네와 다테마에’를 가지고 거꾸로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척도를 가지고 거꾸로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히는 한국 사람들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회용 가스라이터를 보고 이걸 얼른 계약해서 한국에 도입해 팔면 장사가 되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라이터의 점화장치는 한국에도 있다. 우리도 만들 수 있다. 견적을 보낼테니 검토해 달라고 나서야 하는 것이 진짜 장사가 아니겠는가”등의 조언은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국의 5대 수출 주력상품과 일본의 그것이 일치한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비슷한 정체구조 속에서 한 발 앞서 가는 일본인의 솔직한 조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이 책 속에서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여기서도 하나 걸리는 것은 ‘일본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면’이라든지 ‘일본에서는’이라는 식으로 모든 것을 일본을 기준으로 해서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저자도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일본을 뒤따라가는 것만으로는 결코 일본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저자의 요구는 한국이 일본의 아류가 되기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 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은 13평 정도의 아파트나 목조가옥에 살면서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일에 쏟아 붓는 회사인간들의 나라다”고 소개하면서 ‘그런데 왜 한국주식회사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가’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일본은 가정보다는 ‘회사’를 중시하고 한국은 회사보다는 ‘가정’을 중시하는 문화의 차이에서 나온 것으로 삶의 목적이 행복의 추구에 있다면 간단히 ‘왜 한국주식회사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가’라고 비판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한국 사람이 되고싶다는 모모세씨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충분히 이해가 될 것 같다. 그리고 경력이나 책의 내용으로 보아서 모모세씨만큼 한국경제에 대해서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도 흔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다음에는 한국적인 가치와 장점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한 제언을 기대해 보고싶다.
… 金鉉球(고려대 사학교수)평자는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저서로 ‘야마토정권의 대외관계 연구’와 ‘임나일본부 연구’등이 있다.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