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골 소년이 말하고 산이 답한다

메아리

이주홍 지음/길벗어린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한 건너편 산자락이 산골 소년에게 화답한다. 서늘한 산기운을 머금은 산너머 산은 다시 소년에게 되묻는다. 메아리. 깊은 산 속 외딴집에서 아버지, 누나와 사는 돌이는 누나와 메아리밖에 동무가 없다.

누나가 시집을 간다. ‘누나는 집을 나가면서 울었다. 아무도 울지 마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누나가 입은 푸른 저고리와 붉은 치마에는 무슨 이상한 냄새가 났다. 걸을 땐 워석워석 소리도 났다.’ 돌이는 슬프고 외롭다. 돌이는 누나를 시집보낸 아버지가 미워 이제 밭에 따라나가지도 않고 하루 종일 누나의 손때가 묻은 베개를 껴안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운다.

아버지가 감자를 캐러 나간 날, 돌이는 기어코 누나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가도 가도 사람과 집은 보이지 않고 산뿐. 날은 저물고 길을 잃은 돌이는 그만 주저앉아 울고 만다. 횃불을 들고 나선 아버지를 만나 업혀 집으로 돌아온다. 이튿날 아침 돌이는 동생이 생긴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어미 소가 송아지를 낳았다.

돌이는 다시 동무를 찾아 나선다. 아침밥을 먹고 누나가 넘어가던 산마루로 올라가 소리를 지른다. “내 산아, 우리집에 새끼소 한 마리가 났어. 내동생이야. 허허허, 너도 좋니.”

책은 산골 소년의 슬픔과 기쁨, 외로움과 그리움이 30여쪽의 짧은 공간에 가득찬 동화다. 197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작품으로 거의 한 세대가 지났건만 아련한 감동은 여전하다. 특히 산골 소년 돌이의 심리묘사는 절묘한 점층 구조를 통해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또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드러나는 17편의 수묵화는 산골의 푸근한 풍경과 돌이, 아버지, 누나의 조그만 심리까지 살아나게 한다. 산등성이에 오른 돌이가 오랜 친구인 메아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담은 그림은 수묵화가 지닌 여운만큼이나 메아리가 들리는 듯하다.

‘메아리’는 1959년 발간된 동화집 ‘외로운 짬보’(세기문화사)에 실렸던 작품으로 한국 단편동화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있다. 대한민국문학상,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은 이주홍(1906~1987)씨의 작품이 화가 김동성씨의 정감어린 수묵화와 만나 세대를 뛰어넘는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글쓰기★★★★★ 일러스트레이션★★★★★ 편집★★★★, 만점 5개)

〈정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