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대구참사 실종자가족 5일째 도보행진

대구지하철 방화참사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을 되돌리기 위해 대구에서 서울까지 도보행진에 나선 실종자 가족 4명이 12일 오전 충북 보은군 마로면을 출발해 5일째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행진 4일동안 이들이 걸은 거리는 130㎞ 가량. 그동안 하루 40㎞가까이 걸었던 속도가 11일에는 28㎞ 가량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사고 당일부터 출발하기 전날까지 18일 동안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면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 건강이 나빠진데다 행진에 따른 피로가 겹겹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난 8일 오후 대구를 출발할때만 해도 시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나쳤다. ‘사람이 사는 나라, 대한민국’ ‘대구지하철 2·18참사, 다시는 이런 일이…’라고 적힌 목걸개를 앞세운 행진이었지만 누구 하나 말을 걸지 않았다. 길을 피해주는 것이 관심이라면 관심이었다. 도보단도 ‘삶에 바빠 그 처참한 참사를 잊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애써 위안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싸늘했던 국민들의 관심이 조금씩 되돌아오는 것을 느끼면서 하루 10시간의 행군에 힘을 얻고 있다. 도보행진 3일째인 10일부터 시커멓게 그을리고 초췌한 표정으로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것.

10일 오후 경북 구미시 해평면 낙선리 앞 일선휴게소를 지날때에는 70대 할머니 3명이 다가와 사연을 묻고는 “걸어가면 뭐하노? 벌써 다 죽었는데 산(살아 있는) 사람이라도 살아야재, 서울까지 어째 갈라꼬…”하며 통곡, 도보단을 울렸다. 도로위 운전자들도 “대구참사를 TV에서 봤는데 가슴 아프다. 실종자 가족들의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한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상주시에 도착한 이날 오후 8시쯤에는 상주대 총학생회가 이들의 행진 소식을 듣고 서문동 중앙네거리에서 상주 시민들을 상대로 ‘실종자 사망 인정’ 서명운동에 뛰어들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서명운동에 동참한 상주시민은 200여명.

상주대 성제홍(28·응용화학공학부 3년)총학생회장은 “두번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될 대구지하철 참사가 너무 빨리 잊어지는 것 같다”며 “유가족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상주시민들도 아픔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기 위해 서명운동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실종자 가족은 12일 오후 충북 청원군 화북면에 도착할 예정이다.

상주〓한강우기자 hang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