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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게재 일자 : 2003년 06월 05일(木)
여행객 사라지고 보따리商만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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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행 여객선이 드나드는 인천항 여객터미널에는 요즘 여행객을 찾아보기 어렵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여파로 여행객은 ‘씨’가 말랐다. 그러나 터미널은 여전히 붐빈다.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다이궁(代工·운반업자)들로선 생의 터전인 중국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이궁들은 주로 농수산물을 들여오고 의류, 전자제품 등 공산품을 가져간다. 신용장(L/C) 개설을 통한 정상적인 무역거래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거래규모 추산도 불가능하고 누구하나 대접해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최인호 소설 ‘상도’의 주인공 임상옥을 꿈꾸는 당당한 ‘소규모 무역상’으로 불리길 바란다.

지난 3일 오전 10시 30분 인천 중구 항동 인천 1국제여객터미널. 중국 다롄(大連)에서 들어오는 파나마선적 대인호가 검은 연기와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터미널 3부두에 들어왔다. 예정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군의관들과 검역요원이 배에 오르고 한참이 지난 뒤 집체만한 보따리를 손수례에 실은 보따리상들이 하나 둘 내리기 시작했다. 양손, 어깨, 목에 짐을 들고, 걸고, 메고….

사스가 겁나지 않으냐는 질문에 일흔이 넘은 한 늙은 다이궁이 가쁜숨을 몰아쉬며 손사래를 쳤다. 50대 후반의 한 아낙은 “가족들이 가지말라고 붙들지만, 먹고 살려면 해야죠”라며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또 다른 아낙은 “고춧가루나 깨 정도가 돈이 되고 나머지는 돈이 안돼”라며 자신의 짐보따리를 챙긴다. 대인호에서 내린 104명 승객 가운데 관광객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얼마 뒤 옌타이(煙臺)에서 온 향설란호가 2부두로 들어왔다. 배가 도착하자 컨테이너 하역작업과 승객의 하선작업이 동시에 벌어졌다. 컨테이너선이 없기 때문에 여객선이 컨테이너선 노릇도 겸한다. 선사들은 승객운임으로는 별 이익이 없고 운임이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600달러로 그나마 돈이 좀 되는 편이라고 한다. 다이궁들의 짐을 터미널까지 실어나르는 버스안은 산더미같은 짐으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들이 중국에서 갖고 들어올 수 있는 물품은 총량 50㎏, 품목당 5㎏을 초과할 수 없다. 휴대물품은 25㎏으로 한정돼 있다. 다이궁들과 선사직원들 사이에서는 “다이궁으로부터 뇌물받은 중국 세관원 7명이 공개 처형당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었다. 분위기가 위축된 탓인지 다이궁들은 좀 거칠어졌다. 최근에는 세관의 몸수색에 반항해 ‘반 나체시위’까지 벌였을 정도다. 한 늙은 다이궁은 “요즘 빚진 사람들도 많고, 먹고살기 힘들어 다들 신경이 날카롭다”고 귀띔했다.

오후가 되자 터미널은 다시 한번 시끌거렸다. ‘찍 ~찍’테이프 붙이는 소리가 요란했다. 삼삼오오 모여 중국으로 갈 짐을 분류, 포장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물품수집, 운반, 판매 등으로 분업화돼 있다. 다이궁들은 대부분의 시간(15~24시간)을 배에서 보내며 물건을 전달하는 일을 한다. 때문에 짧은 거리를 여러번 왕복할수록 수입이 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배안에 자기 사물함까지 두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다이궁들 중에는 화교도 꽤 있다. 30대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화교는 “톈진(天津)에 있는 언니 옷가게에 동대문, 남대문에서 티셔츠 등을 떼다가 파는데 요즘은 나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아 샘플을 보여주지 못해 장사가 안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지난해 인천항을 통한 중국 왕래 승객은 41만2625명. 이 가운데 다이궁이 90%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의 숫자는 실제로는 1800여명에 불과하다. 중복으로 통계에 잡히기 때문이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올들어 4월말까지 입출국자는 13만381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2만8686명)보다 오히려 1695명(1%) 늘었다. 범영훼리 임우주 과장은 “사스이전 여행객이 전체 20%정도 됐는데 요즘 5%도 안된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다 다이궁들이라는 얘기다.

인천〓방승배기자 bsb@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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