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을 넘어 공존으로-2>‘동북공정’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

흔히 중국의 고구려사 자국역사 편입을 위한 학술 연구 정도로 알려진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는 상당히 포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작업만 해도 ▲동북지방의 고대중국 영토연구 ▲동북지방사 연구 ▲동북민족사 연구 ▲고조선·고구려·발해사 연구 ▲중·조(中·朝)관계사 연구 ▲중국 동북변경 및 러시아 원동지구의 정치, 경제 관계사 연구 ▲동북 변경의 사회안전 전략 연구 ▲조선반도 형세 변화 및 이의 동북 안정에 미치는 영향 연구 등으로 방대하다.

특히 동북지방의 역사와 관련, 이들의 논리는 “중국은 예로부터 다민족 국가이므로, 현재 중국에 편입된 소수민족의 역사와 중국 영토 안에서 이루어진 역사는 모두 중국사의 일부”라는 것으로 정리된다. 이를테면 고구려의 경우, 중국에 조공을 하고 책봉을 받은 중국 변방의 한 지방정권이고, 고구려가 멸망한 뒤 고구려인들 대부분이 중국인이 되었으므로 중국사에 편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는 한국의 주장은 대체로 고구려사는 한국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 논리는 조공과 책봉이 중국 중앙정권과 지방정권의 관계가 아니라, 근대 이전 중심국과 나머지 나라의 일반적인 외교관계였으며, 고구려가 멸망한 뒤 고구려인의 대부분이 중국인이 되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에 근거한다. 특히 학계 일각에서는 동북공정의 연구대상에 고구려사뿐 아니라, 한반도 형세 변화 및 이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그 핵심은 고구려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동북공정에서 고구려사는 겉으로 드러난 일부일 뿐, 기실은 남북통일 뒤를 대비한 것으로 이는 한민족의 장래가 달린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동북공정의 배경이 중국내 빈부격차와 지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중 일부로, 이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지나친 신경과민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지않다. 동북공정은 지금까지 동남부 연안지역에 집중되었던 부를 서부내륙과 동북지역으로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중국 서부개발의 핵심을 싼샤(三峽)댐 건설로 볼 수 있다면 동북공정은 동북개발 프로그램 중 일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중국이 고조선, 고구려, 발해를 중국역사로 편입하려는 중화주의적 태도도 비판의 대상이지만, 이를 한국사의 틀안으로만 끌어들이려는 자세도 국수적 민족주의적인 요소가 없지않다고 본다. 동북공정을 계기로 이 지역의 역사를 한국과 중국이 학문적인 엄밀성을 가지고 제대로 토론함으로써 민족주의를 넘어 공존으로 가는 학교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