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백의 프로야구 산책>프로야구와 TV는 동업자

프로야구는 시즌 동안 중계방송이 없는 날이 드물다. 필자가 소속된 공중파 iTV 방송이 매주 3~5회 정도 프로야구 현장을 찾고 있으며 KBS와 SBS의 스포츠 전문방송도 매일 중계한다. 중계를 담당하는 PD들은 프로야구의 뜨거운 열정을 시청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PD는 방송 이전에 해설위원, 캐스터와 미팅을 갖고 여러 가지 특기사항과 기록, 수훈 및 화제 선수를 파악한 뒤 인터뷰 대상 선수를 결정한다. 그런데 가끔 인터뷰를 사양하는 선수가 있다. 경기 전 인터뷰를 하게 되면 그날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징크스가 있다는 것이 인터뷰를 사양하는 주된 이유. 방송사는 한발 물러서곤 한다. 선수의 컨디션을 망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인기를 먹고 사는 프로로서는 보기 좋은 모습이 결코 아니다.

모 구단의 방송에 대한 태도는 한 번 짚고 넘어갈 만하다. 프로야구를 중계하는 방송사마다 5~7대의 카메라를 경기장에 설치한다. 그리고 핀 카메라나 최근 유행하는 소형 6미리 카메라를 더그아웃 옆에 설치한다. 더그아웃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담기 위해서다. 물론 소리는 전달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의 구단은 정보가 새어 나갈 위험이 있다, 감독이 싫어한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더그아웃의 촬영을 금지했다. 다른 구단은 흔쾌히 협조, 생생한 더그아웃의 풍경을 야구팬들에게 전달했는데 이 구단만은 유독 카메라 앵글을 거부한다. 필자는 이 소식을 전해듣곤 씁쓸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시즌 전에 기대했던 성적을 내지 못하니까 이 구단이 과민반응을 보인 건 아닐는지.

방송은 프로야구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도록 시청자들의 주위를 끄는 공동 제작자이자 구단의 경영을 도와주는 동업자라고 인정해야 한다. 미국의 칼럼니스트인 레너드 코페트는 야구 흥행에 영향력을 미치는 미디어의 순위를 따진다면 단연 TV를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때 구단이 카메라를 가로막은 건 신중하지 못한 처사로 보인다. 아니, 구단은 카메라가 아닌 야구팬들을 가로막은 셈이다.

iTV 해설위원 www.gbk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