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신데렐라式 전래동화 나라마다 있는 이유는…

‘신데렐라’는 프랑스작가 페로(1628~1703)의 콩트집이나 19세기초 그림동화집을 통해, 또 20세기 디즈니만화로 세계어린이의 고전이 돼버린 전래동화다. 고생고생하던 심성 고운 여성이 귀인의 도움을 얻어 돈과 권력을 갖춘 남성과 우여곡절 끝에 결혼, 행복하게 살게 됐다는 스토리는 세계각국에서 공통적으로 전해오는 대표적인 민담이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콩쥐팥쥐’도 못된 계모, 꽃신, 왕자형 인물이 등장하는, 한국판 신데렐라스토리다. 여성의 신분상승스토리의 대명사로 통하는 신데렐라는 독일의 재투성이소년, 중국의 섭한, 베트남의 카종과 할록, 러시아의 부레누슈카, 필리핀의 마리아 등 등장인물 및 상황을 조금씩 달리하며 각국에서 1000여편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왜 세상에는 그토록 많은 신데렐라 이야기가 전해올까?”

역사학자인 저자는 각국의 전래동화를 면밀히 비교분석, 세계 최초로 9세기 중엽 문자로 기록된 중국판 신데렐라이야기 ‘섭한’이후 1000년동안 신데렐라의 ‘천화천색(千話千色)’속 민족별 시대별 풍속과 문화를 읽어낸다. 유럽지역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아르메니아 이라크 아메리칸인디언 필리핀 아프리카에서 기록으로 전해지는 신데렐라스토리를 2부에서 수록하는 한편, 1부 ‘신데렐라의 시간여행’에선 나라별 줄거리의 공통점 차이점과 상징을 짚어내며 신화와 연결지어 조목조목 설명한 내용은 흥미로운 관점과 논리를 담고 있다.

대중화한 신데렐라 스토리에선 여성이 결혼을 통해 이룬 신분의 수직상승 등 세속적 성공이 관심사. 그러나 이 책은 신데렐라이야기의 기원이 어린이들에게 자라면서 마주하게 될 성과 폭력의 문제를 미리 대비하고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한 교육용이라는 시각도 전한다. 또한 ‘꼭 맞는 신발’ ‘콩’을 성적 상징으로 읽어낸다든지,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여자어린이의 입장에서 친엄마가 계모로 여겨질 수 있다는 지적은 정신분석학적 설명이 아니라도 설득력 있게 다가선다.

신데렐라의 구두와 발에서 ‘부은 발등’을 뜻하는 오이디푸스의 이름을 떠올리는 저자는 신데렐라의 기원을 쫓아 신화와의 접점을 추적한다. 신데렐라형 신화가 배태된 선사시대 사람들의 심성을 테세우스신화 등 미궁이야기와 더불어 풀이, 동서고금을 꿰뚫는 신데렐라의 기원찾기 탐험이 흥미진진하다.

신세미기자 sse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