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라인 ‘삼각축’ 관료가 장악

청와대의 권오규 정책실장, 윤대희 경제수석의 인사를 계기로 ‘청와대 - 총리실 - 재정경제부’로 이어지는 경제정책라인의 ‘삼각축’을 모두 재경부, 특히 옛 경제기획원 출신 인사들이 ‘싹쓸이’했다. 반면 참여정부 출범을 도왔던 경제분야의 ‘개혁파’들은 모두 현직을 떠났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현 정부의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해 주목된다.

31일 청와대와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윤대희 경제수석의 승진으로 공석이 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에는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행시 23회, 옛 경제기획원)과 강호인 재경부 재정정책심의관(행시 24회, 옛 경제기획원), 김용민 세제실장(행시 17회, 옛 재무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비서관 자리의 특성상 조 국장이나 강 심의관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조 국장이 경제정책비서관으로 이동할 경우 강 심의관은 경제정책국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청와대, 국무총리실, 재정경제부의 모든 주요 직책을 옛 경제기획원 출신들이 장악하게 된다. 진동수 재경부 2차관이 예외이기는 하지만 이 자리는 원래 옛 재무부 몫으로 배정돼 있는 것이다.

경제와 관련된 업무를 챙기는 사람들 전체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청와대 내에서 비(非)관료 출신은 김수현 사회정책비서관밖에 남지 않게 됐다. 원래 사회정책비서관은 경제정책라인이 아니지만 그동안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을 주도해온 김 비서관은 최근 부동산시장이 다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부동산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참여정부 집권 말기 경제정책라인을 ‘접수한’ 옛 경제기획원 출신 인사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유연한 사고 ▲풍부한 아이디어 ▲부드러운 대인관계 등으로 요약된다.

반면 참여정부 초기 경제정책을 형성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쳤던 ‘개혁파’들 중 정부에 남아있는 사람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북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재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파문을 일으켰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도 청와대를 나온 뒤 공공연하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비판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권 말기로 갈수록 관료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김대중 정부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며 “재경부 출신들이 경제정책라인을 완전 접수함으로써 한·미 FTA, 자본시장통합법 등의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는 반면 개혁정책의 강도는 다소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