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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사회] 게재 일자 : 2006년 07월 08일(土)
‘황우석의 입’ 다시 열렸다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법정 공방 스타트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일러스트=추덕영기자 choo@
# 장면 1 ―“피고가 연구원들에게 셀라인을 2개에서 11개로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에서 시인하지 않았습니까?”(검사) “나는 ‘구질구질하고 싶지않다’고 했을 뿐입니다. 포괄적 책임은 인정하지만 구체적 지시는 안했습니다.”(황우석 박사) “그럼 추상적인 지시는 했습니까?”(검사) “추상적의 의미가 뭔가요?” (황 박사)

# 장면 2 ―“2005년 5월 귀국 기자회견에서 ‘4개의 문을 통과했다’고 말한 건 2004년 논문의 문제점을 해결했다는 의미 아닌가요?”(검사) “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친절하게 해석까지 해주네요.”(황 박사) “거부 반응도 없고 인간배양세포를 사용했다는 뜻으로 한 말이죠?”(검사) “판사님, 제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합니까?”(황 박사)

# 장면 3 - “(황 박사의 검찰 진술조서 내용을 들이대며) 피고가 논문 조작을 지시했죠?”(검사) “진술조서를 보면 ‘한숨을 내쉬며’란 표현이 있습니다.”(황 박사) “진실이 드러나서 한숨쉰 것 아닌가요?”(검사) “존경하는 검사님은 행간을 볼 수 없습니까?”(황 박사) “행간은 재판장님이 판단합니다.”(검사)

지난 4일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사건의 두번째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은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황 박사의 말문이 드디어 터진 것이다. 황 박사는 지난해말 기자회견 이후 외부와 접촉을 차단한 채 철저하게 침묵을 지켜왔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달랐다. 황 박사 특유의 화려한 언변이 되살아났다. 비교적 침착한 모습이었던 첫 재판과는 대조적이었다. 황 박사는 신문 중간중간 적절한 변론 ‘기술’을 발휘하며 능수능란하게 방청석의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재판은 한편의 법정 드라마였고, 417호 법정은 그의 무대였다.

개정과 함께 검찰 신문이 시작되자마자 황 박사는 자신이 ‘전문가’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검사들을 자극했다.

“일반적으로 핵이식을 한 후에는 약품처리를 안하죠?”(검사), “그게 무슨 말입니까?”(황 박사). 황 박사는 계속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겠다”며 딴청을 피웠다. 몇번의 옥신각신 끝에 그는 “아, 그건 약품처리가 아니라 염색이라고 한다”며 질문을 바로잡고 신문에 응했다. 방청석의 황 박사 지지자들은 “검사가 뭘 알겠느냐”는 야유를 보냈다.

검사가 실험내용과 관련한 실무 연구원들의 진술 내용을 추궁하면, 황 박사는 전문가로서의 권위를 내세우며 단호하게 받아쳤다. “나는 20년 전에 체세포 핵이식 작업을 최초로 했던 사람입니다. 나는 교수고, 실무 연구원들을 가르친 사람입니다. 누구 말이 맞겠습니까?” 하지만 민감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권대기 연구원에게 NT2, 3번 핵형 검사가 정상으로 나왔으니 나머지는 조작하라고 했습니까?” (검사) “답변하기 싫습니다.”(황 박사)

“난자를 채취할 때 고배란 증후군 등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검사) “산부인과 의사에게 물어보십시오.”(황 박사)

“2005년 논문에서 통계를 조작하고 직접 지시했죠?”(검사) “아까 답변으로 대신하겠습니다.”(황 박사)

검찰과 황 박사의 팽팽한 공방이 장장 6시간에 걸쳐 계속되면서, 급기야는 짜증섞인 감정적 대응이 오가기도 했다.

“공판에서 무슨 아까 답변으로 대신합니까, 아까 답변이 200개가 넘습니다!”(검사) “그럼 직전 답변으로 대신하겠습니다.”(황 박사)

“이런(추궁당할) 상황이 올 줄 알았으면 구체적으로 기억해놨겠지만 당시에는 검찰 수사를 받을거라 생각 못했습니다.”(황 박사) “그럼 수사받을 거란 생각을 못해서 논문을 조작했습니까?”(검사)

“논문의 사진 개수를 부풀리라고 연구원에게 지시했죠?”(검사) “가능성이 있습니다.”(황 박사) “가능성은 1% 가능성도 있고 99% 가능성도 있습니다!”(검사) “가능성 있습니다.”(황 박사)

보다못한 재판장이 “시인한다는 뜻이냐”며 끼어들고서야 황 박사는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검찰과 황 박사의 신경전은 2005년 사이언스 논문 내용에 관한 신문에서 절정을 이뤘다. 2005년 논문 구절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며 황 박사가 신문을 피해가자, 검사가 황 박사에게 2005년 영문 논문을 한줄씩 영어로 읽고 답하라고 요구한 것. 황 박사가 “이걸 꼭 내가 읽어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이자 재판장은 결국 “피고가 잠시 논문을 읽어본 후 재판을 속개하는 게 좋겠다”며 휴정을 선언해야 했다.

황 박사는 이날 재판 내내 “포괄적인 책임은 인정하지만 구체적 지시는 하지 않았다”는 답변만을 녹음기처럼 되풀이했다. 하지만 “논문의 제1저자인 피고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공동저자들에게 책임이 N분의 1씩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구질구질하기 싫어 책임을 인정한다’, ‘제자에게 책임을 미룰 수 없어 책임을 인정한다’는 묘한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는 지난 3년간 전국민을 웃게 하고 울게 했다. 국민들은 이제 겨우 평상심을 되찾았다. 그러나 이른바 ‘줄기세포 사기사건’의 법정 공방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3년 전에는 황 박사의 입에 전국민의 시선이 쏠렸지만 이제는 황우석 지지자 모임 회원들만이 법정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윤정·조성진기자 prufroc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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