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秘線 대북접촉’ 파문>靑 ‘대북접촉’ 4개월간 거짓말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안희정씨의 대북접촉 과정을 공개하면서 청와대와 범여권인사들이 지난 4개월동안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해명한 내용들이 대부분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을 부인한 부분, 윤태영 대변인이 남북특사 비밀접촉을 부인한 부분, 안희정씨가 남북관계 역할론을 부인한 부분, 이해찬 전 총리가 방북목적을 ‘대북경협 활성화’라고 밝힌 부분등이 모두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투명한 접촉? =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노 대통령이 ‘정국돌파용’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청와대는 ‘대북접촉은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밝혔다. 급기야 백종천 청와대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지난 연말 “현 단계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구상이나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한 데 이어 노 대통령도 직접 정상회담에 관한 의견을 내놓았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아무런 시도를 안 하는 현 상황에서 이를 반대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공연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며 세간의 ‘정상회담 추진설’을 강력부인했다. 노 대통령은 2월 말 인터넷 매체들과 한 기자회견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빗장이 풀릴지 안 풀릴지 모르는데, 만나는 것이 여러 가지 상황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며 정상회담 자체에 대한 회의적 반응까지 보였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도 지난해 11월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남북특사 비밀접촉설에 대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부인했으나 이 역시 거짓인 것으로 판명됐다.

◆범여권의 거짓말 = 청와대뿐 아니라 범여권도 통째로 ‘대국민 거짓말놀이’를 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호철 실장의 발언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해찬 전 총리가 대북특사로 거론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이달 초 방북길에 오르면서 “나는 내 일을 하러 갈 뿐이다. 남북경협을 주로 얘기할 것”이라며 대북특사나 밀사설을 일축한 바 있다. 이재정 통일장관 역시 이 전 총리의 방북에 대해 “정당을 대표해 정치인으로서 간 것”이라며 “큰 비중을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안희정씨도 이달 초 “나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 남북관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에게 나서 보라는 제안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부정적 입장이었고, 결국 움직인 것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안씨는 이미 지난해 9월 모 주간지 기자와의 접촉 끝에 자신의 친구를 베이징(北京)에 보냈고, 10월에는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직접 북한 인사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움직인 것이 없다’는 발언과는 달리 너무나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