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포함 4者정상회담’ 추진 논란

열린우리당이 오는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 남·북·미·중 4개국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김혁규 의원측이 11일 밝혔다.

김의원측 관계자는 “한·미·중 3개국 정상이 모이는 9월 APEC 정상회담에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해 4개국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이 적극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해찬 전 총리가 미국 방문길에 오른 것도 4개국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이 전 총리는 이에 대해 “분위기가 성숙되고 있는 올해 안에 북·미 수교를 위한 실질적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 이번 방미의 목적이 북·미 중재에 있음을 내비쳤다. 이 전 총리는 오는 13일 워싱턴으로 이동,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과 만날 예정이다.

한편 김의원측이 지난 9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면담한 뒤 1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버시바우 대사는 이 자리에서 “미국은 9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전 공식 종료와 영구적 평화체제 협정 서명의 준비가 돼 있다”며 “김정일 위원장은 준비가 돼 있는가”라고 물었다.

버시바우 대사는 또 “북·미수교의 프로세스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으며 30일 이내에 정상화 실무그룹이 활동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런 프로세스는 비핵화 및 평화체제 협상과 함께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대사관 관계자는 11일 “버시바우 대사가 김의원 등을 만났을 때 9월 APEC 정상회의에 앞서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돼야 평화체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하노이 APEC 정상회의때 이같은 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9월 APEC때 남·북·미·중 4개국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작다”고 말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