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격 U턴… 검증 등 불씨 수두룩

한나라당이 15일 극적으로 정상을 되찾았다. 4·25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당 분열 위기 직전까지 가는 극심한 내홍을 겪은 지 20여일만이다.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 등 유력 대선 주자들은 본격적인 ‘경선 모드’로 전환했다. 당 분열 위기는 모면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양 진영간 감정의 골이 깊게 패인데다 강재섭 대표 체제의 당 관리 능력에 상처가 났기 때문에 만만찮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게다가 경선 룰의 세부조항 조율, 후보 도덕성 검증 등이 험난한 고비다. 이번 내분봉합은 ‘일시휴전’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 본격 경선체제 돌입 = 이달 말까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경선관리위원회가 출범하고, 후보 검증위원회도 구성되면 한나라당은 본격 경선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6~7월 대선 주자가 참석하는 ‘정책 비전 대회’도 진행된다. 경선관리위가 6월초쯤 경선 후보 등록을 받게 되면 일단 분당(分黨)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다. 선거법에 따라 경선 후보로 등록한 뒤 패하면 탈당하더라도 대선 출마를 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주자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는 것이다. 강창희, 전여옥 최고위원의 사퇴로 공석 상태인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21일 전국위에서 이뤄지고, 사무총장, 본부장 급 당직 개편도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 잠재된 충돌 가능성 = 당장 당 경선관리위로 이관된 여론조사 관련 미합의 사항이 쟁점이다. 여론조사 기관을 어디로 선정할 지, 설문 항목을 단순 지지도(누가 후보로 적합한가)와 적극 지지도(누구를 찍을 것인가) 중 어느 것으로 할 지 등을 놓고 벌써부터 양측간 신경전이 팽팽하다. 후보 검증위 구성을 놓고도 검증에 공세적인 박 전 대표측은 외부 인사 참여와 검증위의 공정성·객관성 담보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증위 구성 방식보다는 실제 검증의 ‘내용’이 더 큰 갈등을 내연하고 있다. 후보 및 가족들의 재산·병역·납세 등의 도덕성을 검증한다는 취지지만 양측간 사활을 건 ‘네거티브 공방’으로 흐를 개연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7월말쯤 열릴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검증 공방은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 이명박·박근혜 득실은 =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양측 모두 이득을 주고 받는 ‘제로 섬’게임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 전 시장은 결단하고 양보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인 게 호재라면, 경선 승리의 불가측성이 더 커졌다는 게 악재다. 박 전 대표는 ‘원칙의 승리’를 내세우며 일관성을 견지한 게 이득이라면, 당내 ‘주류’자리를 이 전 시장측에 내준 게 손실이다. 대표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던 강재섭 대표는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중립성 훼손 논란과 관리형 대표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평이다.

김충남·양성욱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