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의 알권리 봉쇄하려는 ‘노무현 독재’

언론의 자유는 모든 자유를 의미있게 하는 원초적 자유로서 국민의 알권리 실현이 본령이다. 우리가 자유언론에 트집을 잡으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맞서온 것은 그 원초성 때문이다.

22일 국무회의에서 “그대로 가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육성(肉聲)에 얹혀 일사천리로 확정된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국민의 알권리와 그 실현을 위한 언론 자유에 대한 언론인의 결의를 또 시험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에 마련된 37개 브리핑룸을 합동브리핑실 3개소로 통·폐합하는 등의 이번 ‘방안’ 그 자체의 위헌성에 못지 않게 이날 국무회의에서 어느 국무위원 1인의 이의제기는커녕 아예 토론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우리는 여간 심각하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의 말만 들리고 오도되고 굴절된 시각이 관철되는 식이 곧 독재의 속성이다. ‘침묵의 국무회의’는 기어이 또 하나의 실정(失政)을 더한 검은 결정(結晶)으로 침전되고 있다.

우리는 적어도 다섯 이유로 노 대통령이 이번 ‘방안’을 당연히 철회해야 한다고 믿는다.

첫째,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성이다. 언론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법령으로 금하지 않는 한, 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한 모든 의견을 아무 방해없이 표현할 수 있는 자유토론의 광장이다. 또 언론을 통한 국민의 알권리는 세계인권선언 제19조가 명문화한 글로벌 규범이다. 헌법재판소도 “자유로운 의사의 형성은 정보에의 접근이 충분히 보장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며, 정보에의 접근·수집·처리의 자유, 즉 알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다”고 적시하면서 세계인권선언 제19조를 인용했다(1991.5.13). 우리는 세계 역사를 돌이켜 모든 독재자가 자유언론을 심각한 장애물로 간주하고 압살시도를 되풀이해 왔다는 사실과 함께, 국내적으로도 헌정 60년사를 통틀어 전례없는 노 정권류의 ‘언론 통제’가 자유세계의 빈축을 사고 있음을 기억할 것이다.

둘째, 글로벌 스탠더드와 역행하는 시대착오성이다. 노 대통령은 ‘제도·관행의 정상화·합리화, 세계적인 보편적 관행’을 말했고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그 의중을 받들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선진 시스템 정착’이라고 더 거들었다. 하다못해 미국과 일본의 예만 둘러봐도 ‘선진화’ ‘정상화’ ‘합리화’ 그 어느 어휘도 적절치 않다는 사실을 헤아리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부형태가 근원적으로 다른 일부 국가의 드문 예를 찾아내 급조한 ‘방안’은 자신들마저 기만하는 잘못일 듯싶다. 노 대통령과 김 처장이 이번 ‘방안’을 이대로 밀어붙인다면 언론의 미래사에 남길 성명 3자 흑점이 그만큼 더 짙을 것이다.

셋째, 노 대통령의 ‘적대적 언론관’ 그 여과없는 직투영이다. 노 대통령이 연초 4일 ‘언론 = 불량상품’으로 규정하면서 “불량상품은 가차없이 고발해야 한다”는 말로 공직사회의 ‘대(對)언론 전쟁’을 독려할 당시, 우리는 그 불량상품이라는 비유를 되돌려 ‘노 대통령의 언론관이 불량상품 아닌가’라고 물었다. 앞서 지난해 12월27일 언론을 재계·검찰과 함께 ‘3대 권력집단’으로 묶었고, 그 직후 1월16일 예의 국무회의에서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 흐름을 주도한다. 보도자료를 가공·담합하는 구조가 있는지를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노 대통령이다. 이번 ‘방안’이 1·16 지시에 대한 보고임은 물론이다. 언론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여론도 ‘지하의 목소리’쯤에 그친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그 비판과 함께 정부가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비틀린 언론관은 정부와 민심의 거리를 점점 더 넓혀온 것이다.

넷째, 실정 호도의 수단으로 악용될 개연성이다. 이번 ‘방안’을 확정하기까지 제대로 된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노 대통령의 남은 9개월 임기 동안 정부의 다른 정책이나마 여론을 제대로 반영할 것인가 하는 의문을 동반한다. 그간의 정책 그 잘잘못을 가려 시행착오나마 최소화해야 할 노 대통령이 언론을 통해 전해질 민심의 비판을 두려워한다면 정권의 말로 또한 그리 보잘것없을 것이다.

다섯째, 8월부터 실천에 옮긴다는 일정계획이 대선 정국과 맞물리는 시의성(時宜性)이다. 우리는 노 대통령이 임기말, 특히 다음 5년의 국정을 이끌 차기 대선을 4개월 앞두고 그 선거정국을 향해 자유와 권리의 뒤틀린 논란을 유도하려는 것은 노 대통령 특유의 ‘의제 헤게모니’가 틈입하는 정황인 점 또한 스쳐지나칠 수 없다. 기자실 폐쇄의 ‘음덕’으로 정보를 독점하고 그로써 국민을 또 편가른다면 국민적 역량은 양분되고 나라의 미래 그 진운도 흐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