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체제인사 난민 인정” 첫 판결

  • 문화일보
  • 입력 2007-06-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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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권침해를 국제사회에 폭로하는 등 반체제 활동을 한 중국인과 그 가족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현재까지 우리 법원이 중국인을 난민으로 인정한 사례가 없어 이 판결이 확정되면 첫 중국출신 난민이 된다.

중국인 A씨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사태’를 직접 목격하면서 중국의 인권과 민주화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고, 1998년 중국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인 쉬원리(徐文立)가 중국 민주당을 창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살던 지역에 지부 설립을 추진했다. A씨는 2002년 9월 한 중국 여성으로부터 아들이 사형집행 중 장기를 절취 당했다는 고소장과 규탄서를 입수한 후 이를 베이징(北京) 주재 외국대사관 등에 전달하려다 실패했다.

2003년 9월 아내, 아들과 함께 관광단에 끼어 한국으로 들어온 A씨는 같은해 11월 미국에 있는 쉬원리에게 규탄서 등을 보냈다. 영국 BBC 방송 등이 이를 입수해 보도하면서 사형수 장기매매 등 인권침해 사실이 전 세계로 알려졌다. 이 활동으로 그는 국제엠네스티로부터 2400달러를 지원 받기도 했다. A씨 가족은 같은해 9월말 우리정부에 난민인정신청을 냈지만, 법무부가 “A씨가 반정부 활동을 한 점만으로는 난민 인정 요건인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허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의환 부장판사)는 27일 A씨 등 일가족 3명이 낸 난민인정불허결정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는 중국의 불법적인 사형수 장기매매가 영국 BBC방송에 보도되도록 해 중국의 인권침해 사례가 세계에 폭로되는 데 기여한 점, 중국이 민주당원에 대해 체포·구금 등 탄압을 계속해 오고 있는 점 등에 비춰 강제로 송환될 경우 중국 정부의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난민협약의 실무편람에 ‘가장이 난민 정의의 기준을 충족하면 통상 가족결합의 원칙에 따라 부양가족에게도 난민지위가 인정된다’고 규정한 것에 따라 “A씨의 가족들도 인도주의적 요청에 따라 난민 지위가 인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서 난민으로 인정된 중국인은 없고, 질병 등의 사유로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사례만 있다.

중국은 미국 국무부에서 발간한 ‘연례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인권탄압국으로 지정돼 있다.

원고측을 대리한 정정훈 변호사는 “법무부가 중국과의 외교적인 관계를 고려해 중국인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난민인정에 있어서는 난민협약 등의 인도주의적 정신에 따라 정치적·외교적 고려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행정법원에는 중국에서 탄압 받고 있는 대표적인 종교단체인 파룬궁(法輪功) 수련생 30여명이 낸 소송이 진행 중에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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