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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7년 08월 24일(金)
‘성공적인 짝짓기’욕망, 남녀 심리도 진화한다
욕망의 진화/데이비드 버스 지음, 전중환 옮김 /사이언스북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남성들은 왜 어린 여성을 좋아하며, 여성들은 왜 키 크고 힘센 남자를 선호할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충분히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는 의문이다. 정반대로 질문을 던져보면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여성들이 자신보다 어린 남성을 좋아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으며, 남성 역시 키 크고 힘센 여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지 않다. 이처럼 남녀간 성적 차이는 분명해 보인다.

진화의 과정상 남녀는 서로 다른 심리 기제와 성 전략을 진화시켜 왔다. 성공적인 번식을 위해 남성은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는 여성을 배우자로 선택해야 했다. 따라서 여성에게서 이러한 번식 가능성을 나타내는 표지인 어린 나이, S라인으로 일컬어지는 허리 대 엉덩이 비율에 민감한 선호도를 진화시켰다.

또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임을 생물학적으로 확신할 수 없는 남성은 여성의 성적 문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 기제를 진화시켰다. 여성의 외도에 대해 과도하게 성적 질투를 일으키거나 배우자의 성적 순결에 집착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여성은 임신과 육아에 들어가는 심리적·육체적 자원 소모가 남성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배우자가 자신에게 꾸준히 자원을 투자해 줄 수 있는가를 면밀히 따지게 됐다. 남성의 사회적 지위와 보다 많은 재산에 선호도를 보이는 심리 기제를 진화시킨 것이다. 또한 그 재산을 다른 여성에게 빼돌리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만 투자할 가능성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자신에 대한 남성의 헌신 정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됐다.

이처럼 남녀의 성 행동을 진화론의 시각에서 분석, 파악하는 책은 ‘진화심리학의 교과서’라고 불린다. 진화심리학은 물론 인간의 모든 심리와 행동을 연구 대상으로 하지만, 특히 인간의 ‘짝짓기 행동’은 진화심리학자들이 가장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다. 진화심리학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학문의 세계에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지난 1994년 ‘욕망의 진화’(원제 The Evolution of Desire)가 출간되면서 비로소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이번에 국내 출간된 책은 초판에다 최근의 새로운 연구 성과를 두 개의 장으로 덧붙인 ‘2003년 개정판’을 완역한 것.

찰스 다윈(1809∼1882)은 약 150년 전에 지구상 모든 종의 짝짓기에 얽힌 미스터리를 푸는 설명을 새롭게 제시했다. 다윈은 공작 수컷이 화려한 꼬리 깃털을 왜 발달시켰는지 의문을 가졌다. 생존이라는 점에선 거추장스럽기만 할 텐데 말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다윈은 ‘성 선택(Sexual Selection)’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화려한 꼬리를 가진 숫공작들은 우수한 배우자를 얻는 과정에서 우위를 점해 그러한 유전적 특질을 계속 전해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윈의 성 선택 이론은 진화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두 가지 핵심 과정, 즉 ‘배우자에 대한 선호’와 ‘배우자를 얻기 위한 경쟁’을 밝힘으로써 짝짓기 행동을 효과적으로 설명했다.

저자는 이 같은 성 선택 이론을 인간에게 적용했다. 남녀의 배우자에 대한 선호도, 즉 상대 이성에게 바라는 자질들은 무엇인지 규명하고 배우자를 얻기 위한 경쟁에서 사용하는 각종 전략들을 밝히고자 한 것. 이를 위해 저자는 50명의 공동 연구자들과 함께 6개 대륙과 5개 섬의 1만47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인간의 짝짓기 욕망에 대한 연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실시된 설문 조사 및 각종 사회학적, 민족지(民族誌)적 문헌 자료들을 바탕으로 저자는 명쾌한 결론을 내렸다. 인간의 짝짓기와 연애, 섹스, 그리고 사랑이 근본적으로 배우자 획득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바람직한 배우자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짝짓기 전장에서 동성 경쟁자를 물리치고 성공적으로 짝짓기하는 데 따르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게끔 남녀의 심리 기제가 진화해 왔다고 결론내린다.

책은, 진화의 먼 조상들로부터 우리가 물려받은 짝짓기 전략의 복잡다양한 레퍼토리를 하나하나 풀어헤치고 있다. 짝짓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욕망의 뿌리를 보여준다. 어떤 상대를 선호하고, 어떤 상대를 기피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진화론적 시각에서 명쾌하게 분석한다.

하지만 인간이란 결코 진화가 정해놓은 성 역할에 속박된 노예는 아니라고 저자는 누누이 강조한다. “(성적 다양성에 대한 남성의 욕망에도 불구하고) 남성이 어쩔 수 없이 외도를 할 숙명을 타고 나지 않았으며, 여성 또한 헌신을 하려 하지 않는 남성을 조롱할 숙명을 타고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개인이 성장한 환경과 문화적 변이에 따라 이러한 욕망은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면서 “각각의 짝짓기 전략을 초래하는 조건들을 잘 이해함으로써 어떤 전략을 작동시키고 어떤 전략을 휴지 상태로 둘지 우리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오늘날 여성의 경제적 자립성이 높아짐에 따라 남성의 경제적 자원을 최우선시하는 경향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또 성 해방과 각종 피임약의 개발로 여성의 성적 순결에 대한 남성의 선호도 역시 감소되는 추세를 보인다.

책을 통해 인간의 성적 욕망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성적 욕망의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적절히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길만이 예방책을 내놓을 수 있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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