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法 “불구속이 원칙” 檢 “항고제 필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정아(35)씨에 대한 영장 기각에 이어 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되면서 구속영장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20일 “영장항고제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1일에는 지각 출근으로 잇따른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법원측은 영장 발부는 법원의 고유 업무이며 불구속재판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법원과 검찰은 1997년 영장실질심사제 도입 당시부터 정면으로 충돌하는 등 10년째 마찰을 빚어왔다. 특히 ‘신중한 구속영장 발부’를 강조한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법원의 영장기각률이 높아지면서 두 기관의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하지만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영장 갈등으로 시민들의 혼란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감정적 대립 대신 구체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 구속영장제란 무엇인가

구속영장이란 피고인 또는 피의자를 일정 장소에 구인하는 영장으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청구로 관할 지방법원 판사가 발부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한다. 구속영장에는 피고인이나 피의자의 이름과 주거, 죄명, 범죄사실의 요지, 인치구금할 장소, 발부 연월일, 유효기간 등이 기재된다. 구속기간은 사법경찰관이 10일 이내이고 검사의 경우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인치를 받은 때로부터 10일이다. 다만 수사를 계속하는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다시 10일간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2.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기준은

현행 형사소송법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1일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에는 구속사유는 아니지만 이를 심사함에 있어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법원이 고려하도록 되어 있다. 단 5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 등에 해당하는 단순 사건은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를 제외하고는 구속할 수 없다.

3. 영장실질심사는 모두 받을 수 있나

검사로부터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기 전 피의자를 직접 심문해 구속 사유가 충족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한 뒤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를 영장실질심사라고 한다. 탈법적인 수사를 막고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제도로 본인 또는 변호인, 가족 등이 신청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것이 피의자에게 유리하다고 알려졌으나 신정아씨 경우처럼 영장실질심사 없이도 영장이 기각될 수 있다.

4. 구속영장을 둘러싼 갈등 이유는

검찰은 신씨나 정 전 비서관과 같은 주요 피의자에 대해 구속을 통한 신병확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사가 어려움에 부딪힌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불구속 상태에서 참고인 또는 다른 피의자들과의 말맞추기 등을 통해 검찰 수사에 대비할 가능성이 많고 수사를 위해 일일이 소환통보를 해야하는 등 수사상의 번거로움도 많다는 불만이다. 반면 법원은 영장 발부는 법원의 고유업무이고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5. 영장 갈등 빚어진 주요 사건은

신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외의 대표적인 구속영장 기각 사례로는 지난해 론스타 사건 수사 당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무려 4차례나 기각된 일을 꼽을 수 있다. 당시 검찰은 영장 기각에 반발해 준항고에 재항고까지 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이 밖에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의 고소·고발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영장이 줄줄이 기각됐고 대한의협 로비사건, 제이유그룹 로비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에서 영장 기각 사례가 잇따랐다.

6. 영장 기각에 불복할 방안이 없나

현재 구속영장 재판에 대해 영장이 발부된 피의자의 경우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영장 청구가 기각된 경우에는 검사가 영장을 재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간접적으로 영장재판 결과에 불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추가 혐의나 증거를 보완해서 이뤄지는 재청구는 불복과 다르고 영장을 재청구하더라도 같은 법원의 판사들이 판단을 내리게 됨에 따라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7. 법원이 비판한 별건구속이란

별건구속이란 영장에 적시된 범죄 사실이 아닌 다른 범죄의 수사를 위하여 신병을 구속하는 수사 방식을 말한다. 신씨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검찰은 사문서 위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측은 신씨를 둘러싼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다른 범죄 사실로 영장을 발부받는 것은 넓은 의미의 별건구속으로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학력 위조 문제가 이 사건의 본질이자 핵심이라며 별건구속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8. 검찰이 주장하는 영장항고제는

검찰이 영장 기각 사태에 부닥칠 때마다 사실상 유일하게 꺼내드는 카드가 영장항고제 도입이다. 영장항고제란 말 그대로 지방법원의 영장담당판사의 결정에 따라 발부 또는 기각된 영장에 대해 검사나 피의자가 상급법원에 항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검찰이 영장항고제를 주장하는 것은 영장 발부 여부가 판사 개개인이나 법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1, 2, 3심까지 사실상 영장항고제도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법원 판례상 영장항고제가 불가능하다.

9. 영장항고제 도입 무산된 이유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포함됐던 영장항고제는 지난 4월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끝내 부결됐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데 1년 넘게 진통을 겪는 과정에서 이 문제는 중요한 갈등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검찰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우려된다며 반대한 법원 측의 조건부 석방제와 패키지로 엮이면서 검찰과 법원에 평등한 패배를 안겼다. 이 때문에 법원·검찰의 힘겨루기 탓에 제대로 된 사법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10. ‘영장항고제’ 헌법재판소 판단 구하면

정 총장은 20일 영장항고제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간에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 조정하는 재판인 권한쟁의심판청구 소송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법원이 영장항고제를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형사소추 등 검찰의 고유 권한을 침해받았고 따라서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법원의 영장기각 후 항고가 불가능해 권한을 침해당했고 영장항고제도가 검찰의 권한에 포함된다는 논리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