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최전선을 가다>“국토 16% 사라지고 3000만명 난민 생길것”

지난 7월말 방글라데시 다카의 아가르가온 청사에서 만난 환경부 레아즈 우딘(55) 국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우딘 국장은 천장에 달린 선풍기가 힘겹게 돌아가고 있는 사무실에서 “방글라데시가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입을 뗐다. 정부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부에는 집중호우가 이어지고, 남부 해안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소금물이 올라오는 현상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 우딘 국장은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100년내에 국토의 16%가 잠긴다”며 “이로인해 3000만명의 내부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어두운 전망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그러나 방글라데시 정부도 소금물에 강한 벼 품종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위기에 처한 순다르반스 지역의 보호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등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는 제3세계 국가에서 항상 그렇듯 개발과 환경보호 논리가 정부내에서 격돌하고, 최대 400억달러(약 37조원)에 달하는 비용 조달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그는 “개발부와 환경부, 수자원부 등의 갈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고, 국제사회의 지원금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국가적응 프로그램 등의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는 등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민문제 해결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난민촌 설립 계획 등은 아직 없다. 실제 실행되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고 답했다.

수자원계획위원회(WARPO)의 닐루파 이슬람(여·52) 박사는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슬람 박사는“기후변화로 50년 뒤 히밀라야 만년설이 거의 녹으면 수원이 사라지면서 남아시아에서 물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그 상황에서 강 상류에서 인도가 개발을 이유로 수자원을 몽땅 끌어쓰면 하류에 위치한 방글라데시는 최악의 식수난에 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호주 유학파 출신인데도 전통복장인 샬와르 카미즈를 입고 있던

이슬람 박사가 내놓은 달콤한 짜이(차)와는 상반되는 비관적인 전망인 셈이다. 이슬람 박사는 이와함께 “인도와 미얀마, 네팔 등 지역 국가들과의 사전조정, 그리고 선진국들의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노력으로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기후변화는 인류 공통의 문제인 만큼 한국도 ‘빅 브라더(강대국)’만 따르지 말고, 전세계적인 노력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다카 =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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