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집값 가늠자” 잠실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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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쏟아져도 값 내리지는 않아요. 급한 사람들은 급매로 이미 처분했고, 지금 팔면 양도소득세로 (정부에) 다 뺏기는데 버티고 보자는 거죠. 조금 있으면 대통령 선거인데 누가 되더라도 세금은 푼다고 보고 있어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 부동산중개업자 K씨)

“신규물량 쏟아지는데 계속 오를 수는 없죠. 분양가 상한제도 있잖아요. 부동산은 한물 갔고 이제 돈은 다 펀드로 갔어요. 실거주용이라면 모를까? 은행돈 빌려 집 사는 것, 그만큼 수익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서울 강동구 둔촌동 가정주부 S씨)

◆잠실이 부동산 가격의 바로미터? = 최근 부동산 매매가 침체에 빠지면서 그동안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권 아파트의 동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주택 실수요자들은 서울 송파구 일대에 내년 중 쏟아지는 신규물량이 집값을 크게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를 가진 집주인들은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집주인들의 버티기가 한창이다. 집값도 커다란 하락세나 상승세가 없이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는 차기 정부의 아파트 가격을 좌우할 수 있는 가늠자로 평가된다.

지난 2일 저녁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아파트 단지. 주공 3단지를 재건축해 지난 8월 입주한 트리지움 단지에는 불빛이 비치지 않는 집들이 많다. 한 개 동, 한 개 라인에 보통 3~5가구는 비어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입주율이 계약물량으로 80% 정도라고 말하지만, 일부에선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입주율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것.

◆집값하락의 계기 되나 = 집값 하락론을 펼치는 이들은 송파구와 신도시에서 나오는 신규 물량과 비과세 실현 매물, 보유세 부담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는 내년 7~8월 잠실동 1단지를 재건축한 84~149㎡ 5678가구가 완공된다. 아파트 동수가 무려 72개동이다. 비슷한 시기에 2단지를 재건축한 59~151㎡ 53개동 6358가구가 입주한다.

그뿐만 아니다. 내년 8월에는 인근 잠실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한 물량도 나온다. 현대건설 힐 스테이트 등 6개 건설업체 53~149㎡ 6864가구다. 이들 3개 단지만 해도 송파구에서는 내년 여름 1만8900가구가 쏟아진다. 모두 한강변을 끼고 있고 공원과 가까운 A급 주거단지다.

이들 아파트가 재건축 단지라는 사실 역시 집값 하락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기존 양도세 비과세 규정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을 위해 이주할 경우 집을 산 뒤 다시 새 아파트로 입주하면 중간에 사고판 주택은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따라서 내년 3월부터 비과세 실현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들 원거주자들이 주로 강남 일대에 집을 구입했다면 강남 일대에는 매물이 홍수를 이룰 여지가 있다. 여기에 판교와 송파 신도시 예정물량과 재산세 강화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의 지속적인 부담도 강남권 집값 하락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강남 불패론 주장도 만만찮아 = 집값 상승론자들은 물가상승률과 수요유입 등으로 인해 집값은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다세대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아파트로 옮겨가고 싶어하듯이 수요가 끊임없이 줄서고 있다는 얘기다.

잠실동 W중개업소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K씨는 “외환위기라도 다시 오면 모를까. 강남 집값은 안 떨어져요”라고 말한다. 더구나 부동산은 수요와 공급 이론이 통하지 않는 예외시장이라고 지적한다.

강현구 내집마련정보사 정보분석실장은 “공급이 느는 신도시가 발표되면 오히려 개발 기대감으로 주변 집값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그때 그때 처한 시장상황에 따라 다른 만큼 A급 주거지역인 송파구에 아파트가 쏟아지는 내년 7~8월이 송파는 물론 전체 강남 집값 동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