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기는 정부’ 최우선 과제는 法治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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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나는 일은 아니지만 헌법 정신이 행정의 중추가 되도록 법제 업무를 이끌어나가겠습니다.” 이석연(54·사진) 신임 법제처장은 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 헌법의 기본 정신이 하위 법령에도 침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법제처장은 “지난 정부에서는 법치보다는 국민정서법에 호소하거나 목적만 좋으면 절차는 무시해도 된다는 이른바 목적제일주의가 주류를 이루는 등 헌법이 경시됐다”고 밝혔다. 그는 “새 정부는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법치의 실현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법제처 업무의 최우선 과제로 시행령, 시행규칙, 훈령, 예규 등 하위 법령이나 행정규칙 중 헌법이나 상위 법령에 어긋나는 규정들을 개선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하위 법령이나 행정규칙은 국민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법제도 정비를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각 부처와 협의해 일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사법시험(27회) 합격에 앞서 행정고시에 먼저 합격해 법제처에서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는 그는 “4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해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며 “장관급 자리라면 거절하려 했지만 차관급 자리인데다 근무 경험도 있어 부담없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행정수도이전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을 받아 내는 등 그동안 180여건의 헌법소원 사건을 맡아 이 중 50건 정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받아냈다. 그는 “시민운동, 위헌 소송 대리 등 공익활동을 꾸준히 해 왔고 정부에서도 이런 경험을 살려 공익적 차원에서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 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에 대해 문화일보가 제기한 헌법소원을 대리했던 이 법제처장은 “헌법재판소가 조속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법제처장 취임에 앞서 마지막으로 변호사 입장에서 헌재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그는 “헌재가 지난 정부 시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위헌적 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막고 객관적 헌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헌법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에서 기자실 폐쇄가 종료되는 등 취재선진화 방안의 폐해가 원상복귀 된 후에 헌재가 소송의 실질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를 한다면 이는 헌재가 지극히 형식적인 논리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법원이라면 소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를 할 수 있지만 헌재는 일반 법원과는 다르다”며 “헌재가 소 이익 상실을 이유로 각하한다면 직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전북 정읍 출생 ▲전북대 법학과 ▲행시 23회, 사시 27회 ▲법제처 법제관 ▲헌재 재판연구관 ▲경실련 사무총장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대표 ▲법무법인 서울 대표 변호사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