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과 鄭, 의미가 다른 ‘쉼표’

4·9 총선 이후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원내진출이 좌절된 두 사람이 원외에서 5년 뒤 차기를 어떻게 모색할 수 있을지에 시선이 쏠리는 것이다. 이들로서는 향후 몇 년은 정치적 암흑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련을 딛고 이들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손 대표는 10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다가올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향후 당권을 놓고 벌어질 권력다툼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것이 훗날 약이 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김부겸·조정식·송영길·전병헌·신학용·김동철 의원 등 우군들이 대거 살아돌아온 것 역시 손 대표로 하여금 당분간 굳이 정치 전면에 나설 필요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11일 “총선 들어가기 전부터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다음 당권에는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박상천 대표 등 구민주계를 중심으로 손 대표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계복귀해서 국민회의로 총선을 치르고 70여석밖에 못 만들었다. 민주당처럼 전국정당도 아니었다”며 “선거 결과를 보면 책임론을 물을 상황이 아니다. 구민주계의 주장은 자기 지분을 내세워 도로 호남당을 만들자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난 1년 동안 진이 빠졌다. 좀 쉬고 싶다. 저에게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쉬게 되면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이제부터 좀 깊이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정 전 장관은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졌다.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은 정동영계는 박영선, 최규식 의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 전 장관은 당분간 미국 등 해외에서 체류하며 통일·외교 분야를 연구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의 측근은 “지금은 일단 훌훌 털고 떠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며 “정치무대에서 떠나있는 기간이 1~2년가량으로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