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0일 오후 문화일보 회의실에서 토론자들이 87년체제 붕괴와 보수 대약진으로 요약되는 4·9총선이 한국사회에 던지는 의미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문성웅 문화일보 사회부장,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박효종 서울대 교수, 정진영 경희대 교수, 최강식(연세대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신창섭기자
4·9 총선은 이슈와 정책의 부재로 인해 유권자로서는 출마에 나선 후보들의 인물을 보는 것 외에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하향식 공천과 전략적 공천은 정작 시민들의 소외와 함께 역대 최저의 투표율(46%)을 초래했다. 한편으로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정치권에 유입된 민주화세대들의 대거 낙선과 이를 대체하는 보수세력 약진의 결과를 낳았다. 87년 체제의 붕괴가 한국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대의민주주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야하나. 10일 오후 2시 문화일보 회의실에서 최강식(연세대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의 사회로, 박효종 서울대 교수, 정진영 경희대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문성웅 문화일보 사회부장이 18대 총선 결과에 대한 평가 및 한국사회의 과제에 대해 좌담회를 열었다.
진행:최강식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토론:박효종 서울대 사범대학 국민윤리학과 교수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문성웅 문화일보 사회부장
1. 이번 총선에 대한 평가부터 짚어봐야겠습니다.
◆박효종 교수=한나라당에 반수를 조금 넘기게 한 것은 경고성 메시지로 판단한다. 통합민주당의 80여석 의미는 야당에 의한 견제에 대한 것, 특히 민주당에 대해선 국민들의 심판의 의미가 컸다고 본다. 정치권력을 견제하라는 것은 친박연대의 지지에서도 나타났다. 진보신당의 경우는 환골탈태를 요구받았다. 정작 자기 자신은 변하지 않는 진보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경고이기 때문이다.
◆정진영 교수=손에 꼽히는 이번 선거의 특징은 유권자들의 보수화가 뚜렷했다는 점이다. 지역구도를 제외하면 보수 대 보수로 요약될 만큼 보수성향의 우파가 압도적 우세를 보여줬다. 예전에는 민주화 대 반민주화, 민주화대 산업화였지만, 민주화 세력의 퇴조가 두드러졌다.
대선을 통해 대통령의 권력교체가 이뤄졌다면, 총선을 통해 의회도 권력교체 됐다. 다만 보수 내부의 분열이 심했다. 보수세력이 200석을 차지한 압도적 우위에 있지만, 이를 단순히 범보수로 보고 보수 대 진보로 본다면 한국정치를 읽는 데 한계가 있다.
◆최병일 교수=역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은 미리부터 예견됐다. 대선이 끝나고 약 4개월만에 총선이 닥쳤다. 총선은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새정부가 일하게 하느냐, 견제하느냐하는 것이 문제였다. 한나라당이 잘나서 지지한 게 아니라는 메시지가 강했다. 진보세력의 퇴보 또는 보수 약진이 중요한 게 아니다. 한국이 성장 과정에서 중간층이 두꺼웠지만, 갈수록 중간층 엷어지면서 빵의 문제가 제일 중요해졌다. 수도권이 전통적으로 진보세력이 강하지만 참패를 면치 못한 것도 빵의 문제 때문이다.
새로운 집권세력은 ‘나야말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집값을 올려주겠다’ ‘보다 더 좋은 학교에 가게 해 주겠다’식으로 유권자를 파고 들었다.
◆문성웅 부장=보수세력의 화려한 등장에서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한국사회에서 지금까지 보수가 갖는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보수세력에게 요구됐던 나름의 역할,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품성과 도덕보다는 자기이기주의에 집착함으로써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제 보수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제 역할을 찾는 노력이 요구된다. 예컨대 가치 혼돈 시대에 전통의 가치와 안정의 미덕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2.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는 한국사회의 통합 관점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천과정이나 낮은 투표율은 곧 유권자 또는 시민들의 소외를 의미한다. 다른 당에 속해 있는 특정인의 이름을 붙인 당이 나오기도 했는데 정치의 진화로 봐야하나, 그들만의 축제로 그친 것은 아닌가.
◆정 교수=한나라당, 민주당 공천과정을 보면 잘못된 가정에 기초했다. 민주당의 경우 확실히 바꿔서, 새로운 간판스타나 후보를 내고 다른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초반에 인기몰이하다 용두사미로 끝났다. 그에 비해 한나라당은 지난 10년간 정권교체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변화해왔다. 그럼에도 ‘물갈이’라 할 정도로 많은 탈락자를 양산했다. 민주당 쪽에서는 그게 맞을지 몰라도 한나라당 쪽에서는 그러면 안된다. 당에서 일어났던 변화를 스스로 평가절하, 폄하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무소속 등이 많았던 이유는 한나라당이 하나의 보수세력 대표주자로서 총선에서 자리매김하려 했기보다는 보수세력 내부의 한 정파가 당을 장악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투표에 있어 국민들이 선택을 중요하게 인식하게 만들 수 있는 이슈들 역시 없었다. 정책이 상실된 선거구도였다.
◆박 교수=투표율이 낮은 것은 유권자가 의무를 소홀히 한 측면도 있지만, 정치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힘이 부족했다는 이유도 크다. 이슈의 부재였다. 사회적 이슈로 여야가 싸운 것도 아니고, 대운하 문제 쟁점화보다는 수면 아래로 가리는데 급급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사회적 이슈, 경제적 이슈들이 어젠다의 형태로 제시되지 못하면서 결국 무이슈의 상황이 됐다. 지역구도 아니면, 지역구민들에게만 절실한 작은 지역문제들이 유권자의 관심사항이 되는 것에 그쳤다. 거시적으로는 안정이냐, 견제냐고 했지만, 그 개념이 유권자들에게 다가오는 이슈는 아니었다. 정치가가 매력적인 어젠다 세팅 등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고 유권자들이 이에 응답하는 게 선진형이다.
◆문 부장=그렇다. 유권자들이 바라는 정치인 이미지는 분명히 존재한다. 현대 사회가 갖고 있는 다양성, 즉 여러 주체들의 이해관계들을 연금술사처럼 매력있게 다뤄야 한다고 본다. 다양성끼리 충돌하지 않도록 기회비용을 상대적으로 줄여가며 잘 수렴하고 코디네이트하는 것이 정치가들의 손맛이지 싶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무척 실망하고 외면한 것 같다. 공천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참여나 의지가 반영될 겨를도 없었기 때문이다.
◆최 교수=지난 8년간 한국사회의 정치에서 도도하게 흐른 것이 참여, 투명성의 요구였다. 2000년에 낙선운동이 있었고, 2004년에는 탄핵열풍이 있어서 총선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역구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공천이 진행됐고, ‘전략공천’이란 신조어가 나올 만큼 유권자가 철저하게 무시됐다.
당의 부름을 받고 지역구의 현황을 모르는 사람이 인물로만 떴다. 남쪽 지역구 사람이 전혀 관계없는 북쪽 서울에 와서 인물로 뜨고, 4년간 공들인 사람은 딴 데로 간다든지…. 유권자를 무시하지 않고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46%라는 투표율 뒤에는 54%의 무투표로 정치적 항의를 표시한 사람들이 있다. 지역구에서 토론을 거친다든지, 정치를 알릴 기회가 차단되는 일이 계속된다면, 한국에서 대의정치는 무너지는 것 아니냐. 지난 8년간 한국정치에서 큰 역할을 했던 시민단체 역할이 줄어들었고,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그나마 쟁점이 됐던 대운하 정책도 의도적으로 빼면서 시민단체들이 대리전을 치를 수도 없었다.
3. 확실히 17대 국회만 하더라도 상당히 의회민주주의 쪽으로 나갔다. 최 교수 견해대로 유권자는 철저하게 배제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상향식 공천도 없어지고 톱다운 형식이 되버렸는데, 정당정치가 실종됐다. 한국 민주주의 위기가 아닌가. 앞으로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정치적 발전에서 낙후는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앞으로 한국사회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정 교수=보수세력의 약진을 제대로 봐야 한다. 지난 10년에 대한 일종의 심판 성격인데,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진보정권이 추구했던 발전모델, 경제전략이 세계화 시대 한국경제나 발전모델에 부적합했다. 세계에 고도로 편입된 상태가 아니라 정부 혼자 독야청청했다. 또 대북 포용정책 역시 북한 핵실험으로 실패했다고 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핵무기 프로그램이 있다고 가정하는 한, 포용정책은 의미가 없다. 마지막으로 세대변화다. 지금 20~30대들은 80년대를 경험하지 못했다. 70년대 말, 80년대 초부터 시작된 일련의 과격한 정치변동이 30~40대로 하여금 민주화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가능하게 했다면 지금 젊은 세대들은 모른다는 것이다. 이들을 진보성향에 동조하게 만드는 유인이 없다. 문 부장께서 지적했듯이 지금 보수세력에게 신뢰받는 보수가 되느냐가 상당히 막중하고 중요한 의무로 부여돼 있다. 이 표심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경제성장 성과 못 보여주면 진보정권과 지금이 뭐가 다르냐는 소리가 나온다. 구시대 사람으로 구시대 방식으로 정치하는 올드보이, 올드웨이라는 비판도 면키 어렵게 된다.
◆박 교수=유권자들은 어쨌든 이번 총선에서 색깔을 보여줬다. 이번 선거의 특징이라면, 보수, 진보의 구조를 탈피해 보수권력에 대해 보수가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역구에서 한나라당을 찍은 사람들이 정당투표에서 친박연대라든지 다른 당을 많이 찍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박근혜냐, 이명박이냐의 권력다툼 차원을 떠나서, 또 지난 10년에 대한 심판의 의미를 떠나서, 신흥보수에 대해 전통보수가 반격을 가할 수 있는 등 이념의 다원주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분명한 것은 지난 10년 동안에는 민족주의 이념 등이 사회, 경제, 문화의 잣대였지만, 이젠 이념보다 실용, 효율에 무게중심이 실리게 됐다는 점이다.
◆최 교수=보수 입장에서 이야기해보자. 21세기의 보수와 진보는 결국 사회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 뒤지는 사람, 소수자와 같은 사람들에게 어떤식의 해법을 제시하느냐는 차이로 나뉜다. 보수 쪽에서는 시장 원리, 경제성장으로 접근하는 반면, 진보 쪽에서는 적극적으로 제도나 정부 개입, 세금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제까지 인권, 환경문제는 진보가 선점하고 보수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권력이 세분화됐다. 보수, 진보라는 축은 있지만 무수한 색깔이 존재하게 됐다. 지난 10년간 사회적 흐름은 나라가 어느 정도 중진국 반열에 올랐으니 열심히 일해서 돈 한푼 버는 것 못지않게 다른 가치도 존중하자는 것이었다. 돈 버는 것보다 인간다운 삶, 소외자에 대한 배려에 관심을 가졌다. 보수는 도덕성 부재와 기득권 안주로 그 경쟁에서 졌다. 시장경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아전인수격의 법치주의를 보였다. 그런 특권의식을 보여 지난 시기에 보수는 심판받았다. 실제 새정부 출범 안팎의 인수위나 장관 인사 등을 보면 그런 의식이 다시 돌아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 땅의 진보는 50년동안 집권 못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유권자 표심은 왔다갔다한다. 유권자와 정치인의 생각에 차이가 생기면 국정지지도에 빨간 불이 켜진다.
◆정 교수=대선 후 서너달이 지난 지금 범보수라고 할 수 있는 세력들이 과연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을 보고 ‘이걸 위해 내가 이렇게 노력했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 답변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부분을 정부운영세력이 간파하고 국정에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국민과 소통하려고 하지 않으면 민심의 이반, 보수세력의 이반에 직면할 것이다.
이번 선거가 그런 경고의 메시지로도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박 교수=총선 결과는 야당으로 하여금 올드 레프트에서 벗어나 뉴 레프트로 바꾸라고 주문한다. 보수가 자기를 갱신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이 가능했다. 진보도 과거를 세탁하려는 것 이상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민주화의 대부격인 김근태 의원도 이번 총선에서 떨어지는 등 올드 레프트가 다 떨어졌다는 것, 이것은 야당에 대한 경고 메시지다. 정권을 잡은 보수에게는 초기 3개월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있다. 보수입장에서 보더라도 지난 10년간 실패학을 토대로 성공학을 써야 하는데, 권력다툼 결과에 대한 경고를 보여줬다. 이번 총선은 여야 모두 웃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만큼 경고성이 강했기 때문이다.
◆문 부장=국정의 방향은 잡혔다. 정치권에서는 어떻게 국민을 섬길 수 있는 정치를 할 수 있느냐는 고민을 해야 한다. 총선 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새정부가 그동안 미뤄둔 사안을 마냥 밀어붙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존재한다. 지금 정부는 대운하와 같은 상당히 다루기 힘들었던 주제를 묻어놓고 선거를 치른 상태다. 대운하 부분은 아직 한국사회에서 의견이 분분한 만큼 제대로 된 수렴을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번 정부가 실용을 기치로 내걸고 대척점에 서 있는 이념만을 추구하는 기존 정부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실용에 따른 유연한 입장이 마치 법과 원칙을 상대적으로 홀대하는 쪽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 타협이나 ‘좋은 게 좋다’는 것은 실용이 아니다. 원칙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설득과 대화, 타협하자는 정신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4. 과거 17대 국회는 탄핵 때문에 진보가 장악해 많은 법을 만들었다. 소위 대못질이라고 할 만한 법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익집단의 권익도 강했다. 예를 들면 공기업과 같은 기존 이익집단들의 특정한 이익을 위해 정보가 보호해주는 노동집단도 있다. 18대 국회에서는 무엇을 해야할지 상당히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18대 국회가 정리해야 할 분야별 이슈가 많다.
◆최 교수=대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국익을 위해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 타협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의 일상화에 대해, 수백만의 젊은이들이 고용시장에서 2년마다 계약이 끝난다. 이것은 정말 지난 4년간 최대 아픔이다. 이 문제 풀지 않으면 극단적으로 다른 어떤 것도 필요치 않다. 또 FTA 역시 미국, EU 등과는 아직 비준되지 않았다. 잘 살려고 하는 건데 소득이 올라가야 하지 않나. 성장은 더딘데 물가는 오른다.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가 떨어져야 한다. 개방을 해도 물가가 안 떨어지고 있다. 담합구조, 유통구조의 전근대성 이런 것들도 이명박 정부가 건드려야 한다.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 같은 거대담론을 우선으로 하면 결국 친재벌 정부라는 소리밖에 못 듣는다. 소비자에게 혜택이 가도록 세금을 손질해야 한다. 일상에 관심을 갖고 오히려 거대담론은 속도조절해도 괜찮다고 본다.
◆문 부장=거대 담론에서 밀리는 것 중에 여성, 노동, 인권, 환경 등이 있다. 이것이 마치 진보진영의 전유물인 것처럼 됐는데, 탈이념 사회로 접어들면서 보수진영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가치가 됐다. 기후환경재단에서 기후온난화센터를 최근 출범시켰다. 발기인들을 보니 보수에서 진보까지 명망가들이 거의 망라돼 있어서 적잖이 놀랐다. 거기서 앞으로의 미래를 엿볼 수도 있고 사회통합의 모델을 찾아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지금 정치에 발을 들여놨거나, 아니면 정치를 하고픈 이들에게 녹생당 같은 걸 만들면 어떨까 하는 얘기도 들린다.
5. 정부가 어떤 성과를 보이느냐에 따라 시민단체들을 비롯한 보수세력 전반의 제자리 찾기도 판가름날 것 같다.끝으로 18대 국회에 대한 제언을 해달라.
◆정 교수=18대 국회 만큼은 다수당이라도 잘못된 정책은 양보하고 소수당이 제언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소수당과 다수당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또,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되고 여당으로서 여대야소가 된 상황에서 자꾸 지난 10년을 거론해서 되돌리려고 해선 안된다. 지난 10년도 한국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발전한 부분도 있다. 한나라당은 잘못된 부분을 고치되 지금의 야당과 협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념적인 것보다 실용의 가치를 내세웠으니 그 가치에 걸맞게 타협하고 현실적이고 효과적으로 정책 노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념에 기초해서 행동하면 지난 정권과 다를지 몰라도 국민들은 나아진 것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 스스로 실용가치에 충실해야 한다.
◆박 교수=국회의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다. 우리 사회는 법을 많이 만들면 훌륭한 의원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우리 사회가 필요한 법을 만드는 것이 입법자가 할 일이다. 과거 국회가 만든 신문법, 사학법 등은 과잉규제로 탄생한 것들이다. 법이라는 것이 규제하는것이라 필요한 규제도 있지만, 헌법기관으로서는 국가공동체에 알맞는 법이냐는것을 반추하면서 검토해야 한다. 앞으로의 국회는 법을 많이 만들어야 좋은 국회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길 바란다.
적재적소에 적합한 법을 만드는 슬림화된 입법부가 돼야 한다.
◆최 교수=한국사회의 굉장한 이해세력인 시민단체, 언론 등을 정치과정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로비에 관한 법 등도 이제 허용해야 한다. 로비가 규제돼 있어도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든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은 못한다. 민주주의는 적법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하게 해 줘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을 그동안 너무 무시한 측면이 없지 않나. 그동안은 국회와 별개로 행정부가 너무 독주했다. 외교, 대북, 통상 문제는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면 사후에 문제가 발생한다. 또,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 세금을 확보해 어떻게 쓰느냐에 있다. 그런데 심하게 얘기하면 예산과 결산에 관한 논의가 제대로 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문 부장=언론이 늘 지적하는 메뉴로 전락한 감이 있지만 정쟁 뒤편에 절박한 민생법안들이 방치돼 있다. 이번에도 18대 국회가 구성될 때까지 이들 법안은 먼지만 덮어쓴 채 계속 낮잠을 잘 것이다. 가뜩이나 물가도 안 좋고 세계경제도 안 좋을 때이니 현실적 문제를 어루만져 주면서 국민들에게 잃어버렸던 정치에 대한 희망, 그 불씨를 지펴주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 대의정치의 위기, 그리고 그 우려감을 자연스럽게 벗겨내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정리=사회부 조민진·김인원기자 waytogo@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