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한국 과학자들, 세계 첫 발견>“X레이가 물 표면장력 감소”

“그동안 비누나 합성세제 등 화학약품으로만 물의 표면장력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X레이(X-ray)를 쬐어주면 물의 표면장력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했습니다.”

제정호(51)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원병묵 박사팀은 29일 X레이를 물에 비추는 동안 물의 표면에 전하가 쌓여 표면장력이 변하는 현상을 실험과 이론을 통해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물리학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지 이달 30일자에 게재된다.

제 교수는 비누나 합성세제를 예로 들며 “우리 인체연구에서도 물의 표면장력 조절의 필요성이 컸는데 화학약품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앞으로는 이같은 어려움이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방울에 X레이를 쬐면 광전효과에 의해 물 분자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가면서 표면장력이 약해진다”며 “표면장력이 약해지면서 물방울이 서서히 퍼져 약 1000분의1㎜ 두께의 물막이 형성되고 이 물막이 X레이 조사(照射)를 멈춘 뒤에도 1시간 정도 유지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X선에 의한 표면장력 감소가 X선 조사 중단 후에도 상당기간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수한 물은 이런 물막이 형성돼도 1000분의1초 정도밖에 유지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5년부터 물에 관한 실험에 전념했다는 제 교수는 “미세한 물방울이 합쳐지고 이들이 구름을 형성하는 과정을 연구하다가 물의 표면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이같은 연구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물의 표면장력이 작을수록 물의 증발량이 많아진다”며 이같은 연구성과가 물이 구름이 되고, 다시 비가 되는 순환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다.

제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X레이와 물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를 마련한 것”이라며 “최근 기후변화의 원인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는 우주방사선에 의한 지구대기의 구름 생성 가설을 검증하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두현기자 ydh1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