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8.7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국내인물
[인물] 문화 초대석 게재 일자 : 2008년 07월 10일(木)
“‘법고창신’ 정신으로 高大 국제화 이룰 것”
이기수 고려대 총장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사진=심만수기자
‘대통령을 배출한 대학의 총장’. 이기수(63) 고려대 총장은 국내외 행사에서 자주 이렇게 소개받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지난 2월, 그는 17대 고려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촛불시위로 인해 한참 어수선했던 5월과 6월, 이 총장은 기치로 내걸었던 ‘고대 국제화’를 추진하느라 미주와 유럽의 유명대학 27곳을 돌아봤다. 무엇을 살피고 왔을까, 그리고 시국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했다.

지난 7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총장 회의실에서 이 총장은 연암 박지원의 ‘법고창신(法古創新-옛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현판을 가리키며 말문을 열었다. “아무리 국제화, 세계화라 해도 한국적인 ‘고대 정신’이 기본이 돼야 합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전통을 담은 선진화(progress with tradition)’ 실천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신입니다.”


―최근 모스코바 국립대의 졸업식 축사를 직접 하셨습니다. 외국인 인사로는 최초라고 들었습니다.

“지난 4월 모스코바국립대의 빅토르 사도프니치 총장 내외분이 고려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번 와주십사 하는 초청을 받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방문한 날(6월27일)이 모스코바대학 졸업식 날이어서 얼떨결에 축사를 제의받았습니다. 사도프니치 총장이 저를 ‘한국의 17대 대통령을 배출한 고려대 총장’이라고 소개하더군요. 그래서 고려대가 국제경쟁력 있는 명품인재를 양성하려 노력한다는 점, 양 대학이 한국과 러시아 사이의 교육 분야 발전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자는 내용으로 축사했습니다. 외국 대학 총장 가운데 저보다 나이 많은 총장님들을 만나 ‘필(feel)이 꽂히면’ 형님으로 모시는 편이지요. 도쿄대와 중국 인민대 그리고 모스코대학 총장이 제가 형님으로 모시는 분들입니다.”

―외국의 유명 대학들을 둘러보시면서 ‘고려대가 이게 부족하구나’한 것은 없었습니까.

“국제 감각이겠죠. 저는 학부모들에게 감히 얘기했습니다. 고려대에 자녀를 보내시면 4년은 기본이고, 외국어와 사회봉사활동을 감안해 1~2년 정도 더 걸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또 1년가량 해외 교환학생으로 나가 인생을 살찌게 하는 경험도 중요하겠죠.

고려대 학생이라면 적어도 3개 외국어는 구사하도록 할 겁니다. 정경대 기준으로 영어는 토익 750점, 한자 2급 이상 받아야 졸업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유럽과 아시아 언어 가운데 각각 하나씩 익히는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제2 외국어의 경우 방학 때 6주 과정을 마련해 2학기가량 마치도록 했습니다.”

―100% 영어 강의에 대해서는 교수와 학생 양쪽에서 모두 비판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초기 시행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점에 대해 들었습니다. 강의를 유연하게 해나가면서 점차 호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명품 인재는 자기가 전공하는 분야에 대해 어디서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야 합니다. 우리가 외국인들을 만났을 때 외국인이 한국말을 한마디만 해도 친근감이 생기듯이 해외에 나가 그곳 언어로 얘기할 수 있으면 훨씬 소통이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캠퍼스나 중국 푸단대 캠퍼스 등 해외 캠퍼스를 건립하려면 당장 재원 문제가 걸리지 않습니까.

“해외 캠퍼스는 필요해서 만듭니다. 예컨대 상하이 최고 명문인 푸단대학 내 우리 캠퍼스가 들어서면 고려대생들이 현장에서 중국을 배울 수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들도 ‘직원 교육을 맡아달라’는 수요도 충분히 감안했습니다. 해외 캠퍼스를 세우는 데 들어가는 자금은 현지에서 직접 모금할 방침입니다. 저도 깜짝 놀랐지만, LA 캠퍼스도 지난 1997년 미국 동문들을 중심으로 100만달러의 자금이 조성됐습니다. 현지의 고려대 국제재단을 통해 계속 자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둘러싸고 여전히 말들이 많습니다.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으로서 입장도 있으실 텐데요.

“예비인가 로스쿨 인원은 모두 2000명인데 본인가 때에는 최소 2800명은 돼야 합니다. 어떻게 정원 40명으로 대학이 로스쿨을 운영할 수 있겠습니까. 최소 인원이 80~200명 정도는 돼야 대학도 수지가 맞고 훌륭한 교수 확보 등 투자를 계속 해나갈 수 있습니다.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동국대나 조선대, 영산대 등은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전통의 명문이고 실력도 뒷받침되기 때문입니다.”

―총장께서 법대에 진학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어렸을 때부터 교수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당시 담임선생님이 서울대 문리대학 철학과 출신이셨거든요. 그래서 ‘철학교수’가 돼야겠다 결심했습니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철학책을 사서 읽는 게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대학시험을 보면서 철학과에 지원하려고 하니까 담임선생님께서 ‘나처럼 된다’고 마구 말리시는 바람에, 뜻을 접었습니다. 그냥 법대로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설득당해서 법대로 진학했습니다.(웃음)”

―그렇게 이른 시간에 일어나시면 아침 시간 어떻게 보내십니까.

“매일 오전 2시15분에 일어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아주 오래됐습니다. 대신 밤에는 9시40분쯤 잠이 듭니다. 새벽에 일어나면 생수, 과일을 먹고 보통 수업 준비를 하다가 오전 4시가 넘으면 e메일을 체크했습니다.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아침 식사는 항상 푸짐하게 하는 편이죠. 빵과 커피, 7∼8가지의 각종 야채와 과일. 요즘엔 아내가 인삼즙, 생과일즙도 만들어줘 항상 배를 불룩하게 하고 출근하는 편입니다.”

―시국도 어수선하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고려대 분위기도 좀 가라앉진 않았습니까.

“교수들 사이에서는 대통령 인기가 떨어지니까, 내년 고려대 신입생들 성적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염려가 나오고 있습니다.(웃음) 저는 그렇게까지는 안 봅니다. 이 대통령께서 취임 후 수권하는 과정에서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국민들에게 심어 놓은 것이 ‘잘살고 못사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평등하다’는 개념이거든요. 그런데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바로 ‘경쟁’과 ‘효용’개념을 도입하니까, 국민들이 익숙지 않은 것에 대한 이질감 같은 걸 느끼게 되는 거죠. 국민 정서를 읽지 못한 책임입니다. 선거 때 570만표 차이로 경쟁후보를 따돌린 데 대해 흥분해서 섬세함을 놓친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풀어가야 합니까.

“여당과 야당 대표가 새로 선출되고, 야당 대표가 여·야·정 원탁회의를 제안했는데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국회가 개원하게 된 게 천만다행입니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수렴해 책임지고 대의정치를 해주길 바랍니다. 두 달 넘게 촛불시위가 계속되도록 내버려 둔 것을 보면 정부가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국정을 잘 이끌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은 정부와 국회가 함께 져야 하겠지요. 대통령께서도 여야 구분 말고 국회를 대변하는 정당의 목소리를 잘 들어서 정책을 수행하고, 국회에서 어려움을 해결해 달라고 해야 합니다.”

이기수 총장은 누구

입학할 때부터 총장의 꿈을 간직했다. 독일 튀빙겐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당시 책상에 미니 태극기와 교기를 두고 공부했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가 모두 고려대를 나왔고, 서울대 출신의 아내(조효임 서울교대 교수)까지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과정을 마쳐 ‘고대인’이 됐다. 전국 각 대학교 법대 전임교수급 이상 중 34명이 그의 직계 제자일 만큼 제자들이 자리를 잡는 데 세심한 정성을 기울인다. 교수시절, 강의 마지막 시간에는 “언제 어딜 가든 이기수 교수를 통하면 해결될 것 같다 싶으면 주저없이 연락하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오후 9시45분에 잠자리에 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이튿날 오전 2시15분에 깬다.

▲1945년 경남 하동 출생 ▲고려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석사 ▲독일 튀빙겐대 박사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한국독일학회 회장 ▲한국저작권법학회 회장 ▲제17대 고려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 ▲아데코(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 초대회장

인터뷰 = 문성웅 사회부장 swmoon@munhwa.com
[ 많이 본 기사 ]
▶ 임슬옹 CCTV 공개로 상황 반전…“실형 가능” 의견도
▶ ‘코너 몰린’ 추미애, 3차 檢인사 학살로 국면전환 나서나
▶ 구명조끼·우비가 만든 13㎞의 기적…극적 구조된 의암댐 ..
▶ 손흥민, 토트넘 레전드 선정 MVP까지 싹쓸이…‘5관왕 우..
▶ 도심 한복판서 ‘37 vs 26’ 난투극…2분만에 상황종료?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우즈, PGA 챔피언십 첫날 2언더파..
애들 다니는데… 초교 150m 코앞서 ..
고민정, SNS 가짜영상 유포에 “전혀..
KBS라디오 생방송 중 ‘와장창’…곡괭..
“세무사·당국 다른 답… 아무도 모르..
topnew_title
topnews_photo 보행자 천천히 걸어…들이 받고 나서야 멈춰네티즌 “전방주시 태만인듯” “너무 빨리 달려”변호사 “임씨 과실 있어…비율 40~60% 추산”..
mark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 “조국이 고소? 나도 변호사 선임”
mark‘비석 하나’ 무색하게…수백억 세금으로 키운 ‘노무현 타운’
‘코너 몰린’ 추미애, 3차 檢인사 학살로 국면전환 나..
구명조끼·우비가 만든 13㎞의 기적…극적 구조된 의..
안팔려고 비싸게?…김조원 잠실아파트 매도호가 논..
line
special news 손흥민, 토트넘 레전드 선정 MVP까지 싹쓸이…..
손흥민(28)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의 ‘전설들’로부터 2019-2020시즌 팀 내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

line
도심 한복판서 ‘37 vs 26’ 난투극…2분만에 상황종..
노무현재단, 봉하 생태공원도 국가·市예산으로 꼼수..
‘검언유착’ MBC 첫 보도후… 권경애, 정권핵심들이..
photo_news
머리 깎은 RYU, 5이닝 완벽投… 시즌 첫승
photo_news
권민아 “AOA 멤버들은 방관자…기억 지우고 ..
line
[박경일 기자의 여행]
illust
12㎞ 백사장에 달랑 세가족… 방해받지 않는 여유 누리다
[Global Focus]
illust
미국인의 일상 된 中플랫폼… 하루 66분 머물며 놀이·정치행동
topnew_title
number 우즈, PGA 챔피언십 첫날 2언더파…매킬로..
애들 다니는데… 초교 150m 코앞서 버젓이..
고민정, SNS 가짜영상 유포에 “전혀 무관…..
KBS라디오 생방송 중 ‘와장창’…곡괭이 난동..
hot_photo
조정석·거미 득녀…“산모와 아기..
hot_photo
깡통 모양 스페이스X 화성 우주..
hot_photo
유튜버 양팡, ‘뒷광고’ 의혹 해명..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