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동이 틀 무렵 가우도 주민 김삼현씨 부부가 전남 강진의 도암만에서 그물에 걸린 전어를 잡아올리고 있다. 오전 4시부터 시작된 전어잡이는 해가 떠오를 때쯤이면 작업은 대개 끝이 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소형 고깃배를 이용해 전어잡이에 나섰던 가우도 이장 김채동씨 부부가 해가 솟아오를 때까지 전어를 잡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전 4시부터 전어잡이에 나선 어민들이 연안을 돌며 그물을 바다 속에 내려놓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우도 어민들이 새벽 동이 트기 전 시동을 끈 고깃배에서 전어가 잡히기를 기다리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채동씨가 새벽에 잡아올린 전어를 뜰채에 넣어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석쇠에 구운 전어는 미식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로 통째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가을의 풍요로움이 여기저기서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아직은 한낮의 뙤약볕이 뜨겁지만 들녘은 황금빛으로 과일들은 빨갛고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특히 남쪽과 서해바다로부터 상륙한 가을 전어의 고소한 향은 비로소 여름을 밀어내고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가 사람들의 미각을 한껏 유혹하고 있다.
계절의 별미인 전어는 추석을 지나면서 10월까지 맛이 최고조에 달한다. 전어는 봄에 태어나 여름 동안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연안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나 유기물 등을 먹고 자란다. 가을이 되면 월동을 위해 통통하게 살을 찌운다. 이때 전어는 기름이 사르르 돌고 뼈도 부드러워져 씹을수록 담백한 맛을 낸다. 가을 전어가 유독 맛이 있는 이유다.
전어는 다 자라봤자 길이가 30㎝도 안된다. 그만큼 작다. 그러나 전어는 크다고 맛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길이가 15㎝ 전후일 때 가장 맛이 있다. 이보다 크면 뼈가 억세고, 작아도 살이 퍼석퍼석해 제 맛을 내지 못한다. 회든 구이든 적당한 크기라야 살과 뼈를 가리지 않고 통째로 먹을 수 있어 전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전어를 먹는 방법에는 보통 회나 또는 초고추장으로 각종 야채와 함께 무쳐 먹는 회 무침, 그리고 구이가 있다. 투박하게 썰어 낸 전어 회에 소주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전어는 구이가 최고다. 석쇠에 굽는 전어의 고소한 냄새는 무려 1㎞나 퍼진다고 한다. 이때 ‘참깨가 서 말’이라는 머리와 쌉쌀한 맛의 내장을 먹어야 제대로 구이를 먹었다고 할 수 있다.
맛은 물론 영양가도 풍부해 전어는 가을 보약으로도 불린다. 단백질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뼈째 먹기 때문에 칼슘 섭취에 매우 뛰어난 생선이다. 전어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DHA, EPA와 같은 불포화지방산은 학습능력을 높여주는 수험생에게 딱 알맞은 영양소다.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은 현대인의 피로 해소와 피부 미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예전에 섬 지방에서는 남에게 공짜로 주기에도 미안할 만큼 흔한 생선이 전어였다고 한다. 그러나 맛이 뛰어나고 등 푸른 생선이 몸에 좋다는 웰빙 바람에 전어는 가을이 되면 가장 먼저 찾는 특별한 음식으로 변했다. 이제는 인기가 높아져 자연산 전어로는 수요가 부족해 곳곳에서 전어를 양식하고 있다.
자연산 전어는 보통 하루에 두 번 잡는다. 새벽 동이 틀 때와 저녁 해가 질 무렵 약 1시간 동안이다. 밀물과 썰물이 교대하는 이 시간대에 전어가 가장 활발히 움직인다고 한다. 이때 미리 던져놓은 석조망이라는 그물을 이용해 전어를 잡아올린다. 그물코에 걸린 전어를 한 마리 한 마리씩 일일이 떼어 내 잡아내는 방식이다.
전남 강진의 도암만에서 잡히는 전어는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탐진강에서 흘러드는 맑은 민물과 도암만의 갯벌이 완벽한 서식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 단 하나의 섬, 가우도의 14가구 주민들은 모두 전어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요즈음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을 어민들은 오전 4시면 소형 어선을 끌고 일제히 전어 잡이에 나선다. 주로 부부가 함께 작업을 한다. 먼저 부표를 띄워 놓은 뒤 그곳을 중심으로 그물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바다 쪽을 향해 나아가며 그물 놓는 작업은 대략 30여분이 걸린다. 그물 설치가 끝나면 다시 30여분 동안 고깃배의 시동을 끄고 전어가 그물에 걸리기를 기다린다.
먼동이 터오기 시작하면 어민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그물을 걷어올린다. 그물에 주렁주렁 매달린 전어를 바라보는 어민들의 표정엔 풍어의 여유로움이 넘쳐난다. 가우도 이장인 김채동(53)씨는 “평생 전어를 잡으며 살아왔지만 작업은 늘 힘들다. 그렇지만 가을 전어 맛에 흠뻑 취할 미식가들을 생각하면 절로 힘이 솟는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진·글 = moon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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