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파는 요정’… 옛 명소 먹칠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요정들이 잇따라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걸린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웬만한 사람들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이들 요정은 최근엔 외국인 관광객들을 주로 받고 있지만 한때 유력 정치인과 관료, 기업인들이 즐겨 찾는 장안의 명소였다. 이 때문에 이들의 성매매 적발 소식은 시절의 무상함을 되뇌게 한다.

20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4월16일 A요정이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 풍속영업상설단속반에 적발된 데 이어 이튿날인 17일 B요정도 같은 혐의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요정 대표 C(62)씨, B요정 대표 D씨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함께 입건된 성매수자 3명은 모두 한국인들로 밝혀졌다.

C씨는 4월16일 여종업원 한 명을 시켜 A요정 인근 모텔에서 손님에게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C씨를 포함해 일명 ‘새끼마담’과 모텔 주인, 성매매 여성, 성매수자 등 7명을 입건했다.

D씨는 4월17일 여종업원 두 명을 시켜 B요정 인근 모텔에서 손님들에게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D씨 외에도 이른바 ‘새끼마담’을 포함해 10명이 입건됐다.

특히 B요정은 미리 준비해 둔 승합차를 이용, 손님과 접대여성을 모텔까지 실어 나르다 첩보를 입수하고 대기 중이던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확실한 증거까지 잡았지만, D씨 등은 계속해서 성매매 알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A요정은 일제시대 당시 총독부 관료들과 문인 등 예술인들도 자주 드나들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B요정은 1970년대 유력 정치인과 관료, 기업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던 곳으로 서울시내에 위치한 ‘막후정치의 산실’ 중 하나였다.

단속에 나섰던 경찰 관계자는 “과거 일부 요정이 종업원들 월급을 안 줬다가 처벌됐던 일은 있지만 유명 요정들이 성매매 단속에 걸리긴 이번이 처음”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세영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