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1촌, 녹색희망을 연다>오징어마을서 나누는 ‘펄떡펄떡’ 만가지 추억

  • 문화일보
  • 입력 2009-08-2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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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대 해양연구소 주최 여름바다학교에 참여한 초·중학생들이 지난 13일 강원 속초시 장사동 장사마을 앞바다에서 직접 손으로 잡은 오징어를 들어 보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속초 = 신창섭기자 bluesky@munhwa.com


“오징어 이에 물리지 않게 머리쪽을 잡아야 합니다. 자, 이제 준비됐죠? 휘릭∼”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올라갔던 지난 13일 강원 속초시 장사동 장사마을. 이광근(61) 장사마을 어촌계장이 호루라기를 불자 손에 노란색 비닐 봉투를 하나씩 든 어린이 30여명이 ‘와’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맨발로 물 속에 첨벙첨벙 뛰어 들어간다. 밑바닥이 보일 정도로 파란 장사항 앞바다엔 조금 전 풀어놓은 수십마리의 오징어들이 햇빛을 받아 속이 보일듯 말듯 투명한 갈색을 띠며 팔딱거리고 있다.

“난 벌써 3마리 잡았어요!” , “난 1마리밖에 못 잡았는데, 나 한마리만 줘….“ 아이들의 손에 잡힌 오징어가 달아나기 위해 ‘푸’하고 물을 내뿜는다. 까맣게 그을린 아이들이 노란 봉투 안에 가득 담긴 오징어를 세어보며 하얀 이가 다 드러나도록 크게 웃는다. 마지막 남은 한 마리까지 잡기 위해 고사리 손들이 물밑을 샅샅이 뒤진다.

서울대 해양연구소가 이날 주최한 ‘여름바다학교’에 참여한 초등학생과 중학생 30여명이 어촌체험을 하기 위해 김경렬(61) 서울대 해양연구소장 및 조교들과 함께 이 마을을 찾았다. 10∼15일에 걸쳐 열리는 바다학교 수업 중 13일 오후는 장사마을에서 스노클링도 하고 오징어도 잡으며 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대 해양연구소와 장사마을 어촌계 간 1사1촌 결연식도 열렸다. 김 소장은 “물도 맑고 항내에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 아이들이 훈련하고 어촌을 체험하기에 정말 좋은 장소” 라고 말했다.

장정환(12·서울 영훈초교 6학년)군은 “오늘 오징어를 처음 잡아봤다”며 “오징어들이 미끄러워서 잡기 어려웠지만, 처음 해보는 거라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인솔하던 서울대 이제곤(24·산림과학부)씨도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신나게 놀았던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백 사장과 괴암이 한데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장사마을은 지난 2007년 7월 어촌체험마을로 선정됐다. 66명의 장사마을 어촌계원들은 어촌체험 컨설팅 전문가인 박영철(61) 강릉원주대 교수의 도움을 받아 지난 4월부터 어촌체험마을 운영을 본격화했다. 마을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오징어를 활용, ‘오징어 맨손잡기’와 ‘오징어 해부’, ‘오징어 먹물로 글씨쓰기’ 등의 10여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4~8월까지 어촌체험마을에 다녀간 인원만 해도 5000여명이나 되고, 지난 2000년부터 매년 7월말~8월초 열리고 있는 ‘오징어 맨손잡기 축제’를 찾은 인원까지 모두 합하면 올들어 총 1만여명이 마을을 찾았다. 이 기간 동안 오징어 맨손잡기에 사용된 오징어만도 2만5000여마리에 이른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어촌체험마을이 문을 연 뒤, 자매결연을 맺은 곳도 생겼다. 이날 결연을 맺은 서울대 해양연구소를 포함해 강릉원주대학교 해양생명공학부, 영랑초등학교 등 4곳이 장사마을과 1사1촌 결연을 맺었다.

조용하고 한적하던 마을이 시끌벅적해지니 어촌계원들도 신이 났다. 오징어 맨손잡기에 쓰일 그물을 손질하던 어촌계원 이광림(66)씨는 매일 체험객 맞을 준비를 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전혀 힘들지 않다”며 “체험객들도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고, 마을도 홍보가 되니 참 좋다”고 흐뭇해 했다.

이날 체험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가위와 핀셋을 이용해 오징어를 직접 해부해 보고 오징어 먹물로 글씨도 써봤다. 마을 앞바다에서 나는 참지누아리를 이용해서는 해초표본도 만들었다. 친구와 함께 여름바다학교에 참가했다는 송재원(12·서울 흑석초교 6학년)양은 “오징어 먹물이 일반 물감 같다”며 “오징어 먹물로 쓴 글씨를 집에 가져가 소중히 보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인터넷 검색과 입소문을 통해 마을을 알게 된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지만 조만간 마을 소득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속초 = 박수진기자 sujininvan@ 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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