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계의 중심으로 가는 길-‘21세기는 문화다’>“지속적 스토리 발굴이 브랜드 유지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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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팅(Creating)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입니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토리(Story)가 우선돼야 합니다. 스토리가 크리에이팅돼야 소비자들과 텔링(telling)이 가능해지니까요.”

198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시작, 한국과 중국 등에 지사를 차려놓고 한국의 디자인왕국 신화를 일구고 있는 김영세(59) 이노디자인대표. 21일 실리콘밸리 팔로알토 이노디자인 사무실에 있는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문화예술에 있어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에 대해 묻자 그는 이같이 답했다.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스토리 크리에이팅입니다. 어떻게 보면 광고하고도 연관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제품을 보고 소비자에게 과연 어떻게 마케팅하면 먹힐지 먼저 생각하는 거지요.”

그는 10여년 전 LG로부터 평면TV디자인을 의뢰받아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독거미’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한국계 미 프로당구 선수 자넷 리를 연관시킨 것을 예로 들었다. “당구대는 평평한 게 생명 아닙니까. 당구대가 세워져 TV로 변하는 모습을 시뮬레이션해서 보여줬더니 불과 몇주만에 자넷 리를 기용, CF를 찍어 빅히트했습니다.”

‘12억원짜리 냅킨’으로 유명한 그의 바닷가재형 포터블 가스 쿠커 디자인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아내가 바닷가재 요리를 해주는데 움츠렸던 가재의 다리가 쩍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라 냅킨에 스케치한 것”이라고 디자인 배경을 설명했다. 아내의 사랑과 정성, 최고급 음식 바닷가재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이 콤팩트한 혁신적 쿠커 디자인은 그에게 12억원의 수입을 안겼다.

김 대표는 또 “지속적인 스토리의 발굴로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할리 데이비슨(오토바이)의 핵심은 남성적이고 거친 브랜드이미지입니다. 그 거친 남성성이 수요층에 분명히 각인됩니다. 할리 데이비슨은 시대가 변하더라도 수요층이 요구하는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제공, 고급 마니아층을 만들어냅니다. 포르쉐도 마찬가지로 특정 소비자층을 겨냥, 스토리를 계속 생산해냅니다. 이들 제품이 아무리 비싸도 팔리는 것은 바로 제품이 갖고 있는 스토리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새로운 스토리 개발을 위해 고정관념에 빠지지 말고 문학,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소프트웨어 경쟁은 ‘머릿수’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하는 겁니다. 하드웨어적 고정관념에서 탈피, 주변의 모든 것을 사랑해 스토리를 개발해야 합니다. 엘리베이터 번호판에서 휴대전화 인터페이스를 찾아내고, 돌아가는 회전판에서 화장품의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처럼요.”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