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기한’ 촉박한데… 민주당, 장외서 민생투어 ‘딴짓’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시작된 가운데 여야는 실질적인 심사는 벌이지 못한 채 지도부간 공방만 벌였다.

한나라당은 “내년도 예산안은 국가 운명을 좌우한다”며 야당측의 적극적인 예산안 심사를 촉구했으며 일본에서 귀국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16일부터 ‘민생버스 투어’를 시작하겠다며 장외 여론전에 돌입했다. 가장 큰 쟁점인 4대강 사업을 놓고도 여당은 ‘원안 처리’를, 야당은 ‘1조원 이상은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산안 법정기한(12월2일)내 처리는 물 건너 간 것이 확실시되며 한나라당 내에서는 2일→9일→25일(성탄절)→연말까지 등 점점 처리 시한을 늦추는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정 대표는 16일부터 ‘민생버스’를 탄다. 16일엔 세종시를, 19일엔 4대강 사업 공사 현장을 찾는다. 매주 2~3회씩 버스를 타고 세종시나 4대강 건설 현장을 찾아 장외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직접 국민 속으로 들어가 의견을 나누고 홍보전, 여론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한나라당은 정 대표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세균 대표가 생활 정치, 찾아가는 정치를 표방한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민주당의 찾아가는 정치는 정치의 본무대인 국회로 돌아오는 정치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 “대운하 전단계인 4대강 사업은 취소돼야 하고 그간 1조원 정도로 계속 해오던 하천정비사업 정도의 규모는 용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최고위원은 “예산안은 전체로 가부 판정을 통해 통과시키는 것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해 여야 합의가 안되면 처리될 수 없다”며 전체 예산 심의와 4대강 예산의 연계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반면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4대강 사업과 연계하는 건 정치적 공세”라며 “정치적 공세가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국회에 들어와 당당하게 4대강 예산의 부당함을 이야기하라”고 반격했다. 예산안을 놓고 여야가 현격한 입장차를 보이며 이날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예산안 심의를 위한 접촉에 나서고 18, 19일쯤 원내대표 회담을 할 예정이지만 접점 모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탄절 전까지 처리하는 게 목표인데 잘 될 지 모르겠다”(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언급도 나온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