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7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KT 연구소에서 KT 연구원이 ‘3W’ 단말기의 전파 수신 상태를 테스트하고 있다. 고양 = 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최근 서울 경기고에 재학 중인 유주완(17)군은 보름 만에 5000여달러(약 59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애플사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에 한글 초성검색 기능이 없다는 점을 착안, ‘콘택츠’라는 보완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를 유료(0.99달러)로 앱스토어(콘텐츠를 사고파는 인터넷장터)에 내다 팔자, 순식간에 7000여명이 돈을 내고 다운로드를 받은 것이다. 판매 수수료를 뺀 나머지가 고스란히 유군의 통장으로 입금됐다.
집전화·휴대전화·초고속인터넷의 대중화 이후로 역동성을 상실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컨버전스(융합)로 대표되는 ‘제4의 물결’이 밀려오면서 이처럼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유선과 무선, 방송과 통신, ICT와 이종산업 간의 융합 추세가 본격화됨에 따라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 인터넷TV(IP TV), 산업 간의 이종 서비스 등 전혀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컨버전스가 오는 2010년 ICT 분야를 휩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KT발 컨버전스 본격화 =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실체가 없는 유령처럼 떠돌았던 컨버전스가 이처럼 시장 전체판도를 뒤흔드는 메가톤급 파워를 발휘하기 시작한 데는 올 6월 KTF를 합병하면서 유무선 컨버전스에 사활을 건 KT의 숨가쁜 움직임이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KTF 합병으로 거대 통신사업자(올해 연간 매출 19조원 예상)로 새롭게 출범한 KT의 공세와 경쟁사들의 맞대응 속에서 유무선 컨버전스 바람이 통신업계 전반으로 불 붙기 시작한 상황이다.
KT 관계자는 “유선과 무선을 별도의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기존 체제에서는 각 사가 기득권을 포기할 수 없어 유무선 컨버전스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없었으나 합병 체제 출범 이후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무선인터넷 성장 ‘기폭제’= 대표적인 방송통신융합 사례인 실시간 인터넷TV(IP TV)는 지난 24일로 1년 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KT는 또한 지난 10월20일 유무선통합(FMC) 서비스인 ‘쿡앤드쇼(QOOK&SHOW)’를 출시, 국내에도 FMC 시대를 열어 젖혔다.
쿡앤드쇼 단말기를 사용하면 3세대(3G) 이동통신과 무선랜을 선택적으로 접속, 이통과 저렴한 요금의 인터넷전화를 번갈아 이용할 수 있다.
KT는 또 지난 1일 삼성전자와 손잡고 세계 처음으로 와이브로(WIBRO·모바일 초고속인터넷)와 무선랜(Wireless LAN), 3G 이통(WCDMA·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 등 일명 ‘3W 통신’을 모두 지원하는 스마트폰 ‘쇼옴니아’를 출시했다.
쇼옴니아의 경우 1만4000여개 무선랜구역(네스팟존)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역에 구축된 와이브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무선인터넷 접속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준다. KT는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해 서비스 지역을 전국 84개 주요 도시 이상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KT는 아울러 지난 11월27일 아이폰을 출시, 열흘 만에 10만대를 보급하는 등 초기시장에 머물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강한 자극을 이끌어내고 있다.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요금도 평균 66%가량 낮췄다.
아울러 모바일 콘텐츠를 자유롭게 사고파는 자사의 인터넷장터인 쇼앱스토어를 활성화하기 위해 무선랜을 통해 무료로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데이터 이용료를 낮추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펴고 있다.
◆ 제4 이통사 탄생도 지원 = KT는 또한 제4의 이통사로 불리는 이통 재판매(MVNO) 사업자를 데이터 시장을 중심으로 적극 육성해 무선인터넷 시장의 활성화를 도울 계획이다. 기존 데이터요금대비 100분의 1 수준으로 네트워크를 빌려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도록 돕는다는 발상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원격검침 및 제어 등 만물통신(M2M)을 비롯해 금융·유통·전자책 등 이종산업과 컨버전스를 활성화해 나가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KT는 또한 지난 9월 현대중공업과 울산공장에 ‘와이브로 조선소’를 개통했다. 도면의 수정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거나 각종 자재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조선업계의 핵심 경쟁력인 선박 건조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기여한다.
이밖에도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시범사업의 주관사로 선정돼 전력·통신 융합 시장 개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KT 관계자는 “다각도의 컨버전스 시도는 무선인터넷과 이종산업 융합 시장을 새롭게 창출해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주고, 젊은층에게는 새로운 도전의식과 창조적 사고를 고취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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