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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동윤 선임기자의 스포츠 인사이드 게재 일자 : 2010년 01월 06일(水)
탁구경기 해설가 중계석 뛰쳐나간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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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설가 없는 스포츠 중계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인기 해설가는 스타 대접을 받으며 고액연봉을 받는 또 하나의 스타인 것이죠.

해방 후 국내 최초로 중계를 시작한 종목은 야구이며 해설가를 처음으로 동원한 종목도 야구로 알려져 있습니다. 야구는 일제강점기에도 중계를 했을 만큼 인기 종목이었는데 해방 후 첫 중계는 1946년 9월15일로 기록돼 있습니다. 서울중앙방송(KBS 전신)이 이날 청룡기야구대회 8강전인 경기중-동산중의 경기를 중계했는데 지난 2001년 ‘방송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윤길구 아나운서가 혼자 진행했다고 합니다.

필자가 초년병 스포츠기자였던 1984년 당시 일간스포츠 논설위원이었던 대선배 조동표씨의 회고에 따르면 국내 최초의 스포츠 해설가는 연세대 야구 감독 출신 손희준씨라고 합니다. 손씨는 1964년 전국체전 때 동아방송(DBS)에서 야구 해설을 맡았었죠. 최초로 전속 계약을 한 전문 해설가의 효시는 1965년 첫 민영 TV였던 TBC가 영입한 투수 출신 서동준씨입니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해설가는 아나운서의 보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50%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해설가는 대부분 그 종목의 전문가들입니다. 그러나 중계 도중 황당한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기간 KBS 탁구 해설을 맡은 천영석 당시 탁구협회 부회장의 ‘사건’이 그중 으뜸이 아닌가 싶습니다. 천 부회장의 탁구에 대한 열정과 승부사 기질은 지금도 따를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만난 남북대결 중계에서 그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습니다.

준결승에서 북한이 중국을 잡는 바람에 금메달을 눈앞에 둔 한국이었지만 분위기에 좌우되는 남북대결인지라 팽팽하게 전개됐습니다.

9단식으로 열린 결승은 4-4. 결국 한국의 김택수(현 대우증권 감독)와 북한의 최경섭의 마지막 경기로 메달 색깔이 결정나게 됐습니다.

한국 탁구 최고의 공격수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김택수지만 당시만 해도 유남규에 비해 게임수가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단조로운 경기운영으로 계속 점수를 까먹자 답답했던 천씨는 어느덧 해설보다는 벤치에 앉은 코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택수야, 3구 공격” 등 작전지시를 내리기에 바빴던 그는 갑자기 해설석을 뛰쳐나갔습니다. 다들 ‘급한 생리적 현상이라도?’ 하고 생각했지만 그는 어느 틈에 경기장에 내려가 김택수에게 고래고래 악을 쓰며 작전지시를 내렸습니다. 대회 진행요원에게 쫓겨 곧 중계석으로 복귀했는데 그의 작전지시가 효험을 발휘했는지 김택수는 서브에 이은 3구 드라이브로 연속 득점하며 21-19로 마지막 세트를 마무리했습니다.

아찔한 방송사고가 될 뻔 했으나 천영석씨의 돌출행동은 금메달의 감격 때문에 큰 물의 없이 지나갔죠. 며칠 전 김택수 감독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때 천 회장 작전지시가 도움이 좀 됐어?” “그 상황에서 무슨 소리가 귀에 들렸겠습니까.”

dy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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