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나선특별시에 첫 남북합작기업 승인

북한이 함북 나선특별시를 최초 경제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한 지 18년만에 처음으로 남북합작기업 설립을 승인했다.

농·수산물 통조림 가공·무역업체인 ㈜매리의 정한기 사장은 1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북측 개선총회사와 남북합작 농수산물 가공법인 ‘칠보산매리합작회사’에 대한 기업창설 승인을 지난해 12월18일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이하 민경련)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칠보산매리’는 자본금 750만달러로, 남측 매리와 북측 개선총회사가 각각 6대4로 투자, 수산물과 농·토산물을 재료로 통조림 생산가공·수출판매 사업을 할 예정이다. ㈜매리는 한국과 중국에 무역회사 법인을 갖고 있으며, 중국내에 합자제조 공장 2곳을 운영하고 있다. 또 2008년 3월 북한 강성무역과 계약을 체결한 뒤 나선시에 강성매리사무소도 두고 있다.

북한이 남측 기업과의 합작기업 설립을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앞서 두레마을 영농조합과 백산 등 2곳은 1998년 북한 나선시에 합작·합영기업을 설립하겠다는 내용으로 통일부의 승인을 받기는 했지만, 북측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실패한 바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당시 2곳은 북측이 의향서만 체결하고, 실제 사업승인은 해주지 않으면서 사실상 초기 단계에서 철수했다”면서 “이중 1곳은 이미 사업승인을 철회한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합작기업을 승인한 날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1년 12월 경제자유무역지대로 지정된 이후 처음으로 나선을 현지지도했다는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나온 다음날인 것도 이례적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대외시장을 끊임없이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후 북한이 지난 4일 나선시를 특별시로 승격시켰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원래 외국인 기업들을 상대로 하는 나선시에 남북합작 기업 승인을 해준 것이 남한 기업도 적극 유치하려는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매리의 대북사업 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규정에 따라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