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1년 조선 세종때 ‘원본 호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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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발굴된 호적(호구) 가운데 고려 말인 1390년(공양왕 2) 작성된 국보 제131호 ‘이태조호적원본’(유물 명칭은 ‘고려 말 화령부 호적관련문서’)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원본 호적이 확인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하 한중연) 장서각이 지난 2008년 보성선씨종친회로부터 기탁받아 보관 중인 ‘선중의(宣仲義) 호구첩(戶口帖)’(사진)이 바로 그것.

고문서 전문가인 안승준 한중연 한국학자료센터운영실장은 4일 “1421년(세종 3) 작성된 이 호구첩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것이자 조선시대 작성된 호적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원본 호적”이라고 밝혔다. ‘선중의 호구첩’은 지난해 한중연이 발간한 ‘고문헌기증기탁목록 13’ 중 ‘보성선씨 기탁 전적’ 편에 소개돼 있다.

가로 82.5㎝, 세로 57.4㎝ 크기인 이 호구첩은 통정대부 검교(고려·조선시대 실직이 아닌 훈직) 호조참의를 지낸 선중의가 1421년 가지고 있던 호구(호적)를 왜란으로 잃어버렸다며 증빙서류를 갖춰 보성군에 재발급을 요청하는 진정서(소지·所志)를 올리자 지보성군사(知寶城郡事)가 관련 문서를 검토해 호조에 보고한 뒤 발급해 준 문서다. 선중의는 1358년(공민왕 7) 태어나 조선왕조에서 벼슬을 지낸 뒤 1421년 산양(山陽·전남 보성의 별칭)으로 낙향했다.

이 호구첩에는 선중의 부부 각각의 친가와 처가, 외가의 사조(四祖:부·조·증조·외조)가 기록돼 있는데 선중의의 증조인 진사 용신(用臣)은 보성선씨의 중시조이기도 하다. ‘지보성군사인(印)’이라고 새겨진 도장이 5군데에 찍혀 있다.

안 실장은 “이 호구첩이 보성선씨 최초 족보에 그대로 실려 있다”며 “보성선씨 족보 제작과 분쟁 발생 시 고증용으로 사용하거나 증빙문서로 관에 제출됐기 때문에 600년 가까이 보존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족보에 가계 고증용으로 인용된 호구첩은 흔히 있으나 이처럼 실물이 전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600년 가까이 된 고문서 치고는 보존 상태도 양호한 편으로 보물급의 자료 가치가 있다는 게 안 실장의 설명이다.

‘선중의 호구첩’ 등 보성선씨 문중 소장 전적의 기탁을 주관한 선문규(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사무관) 재경보성선씨종친회 부회장은 “한 집안의 가보가 아니라 문중 대표들이 계속 인수인계해 왔기 때문에 최근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며 “조선 최초의 호적문서라는 얘기를 듣고 문중회의 끝에 한중연에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선중의 호구첩’은 오는 7일 방영되는 KBS 1TV ‘TV쇼 진풍명품’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