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세종시 4차방정식

  • 문화일보
  • 입력 2010-06-2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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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 논설위원

학문의 세계는 의외로 단순한 면이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만 하면 된다. 그에 반해 정치는 훨씬 복잡하다. 옳고 그름에 더해 이익과 손해에도 밝아야 한다. 옳고 그름에 따라 처신할 줄 아는 학자로서의 양심과 손익 계산에 탁월한 상인의 안목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이런 4차방정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일의 성사는 말할 것 없고 정치생명까지 위험해진다. 참으로 위정(爲政)이 어려운 이유다.

지금 한국의 정치가 위태롭다. 너나 할 것 없이 옳고 그름에는 눈이 먼 채 이익과 손해의 주판알 튕기기에만 혈안이다. 충청도민이나 그들의 탐욕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는 정치인들이 펼치는 세종시 이야기가 그렇다. 막무가내로 원안을 고집하던 그들이 지방선거 승리 이후 표정을 바꾸기 시작했다. 사실은 ‘원안+α’라는 것이다.

원안은 다른 게 아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안 그대로 중앙 행정부처 9부2처가 옮아가는 것으로 이를 위한 지출예산은 약 8.5조원에 이른다. 그에 반해 수정안은 중앙 정부의 이원화가 국가 행정에 미칠 해악을 막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로 만들자는 내용이다. 산업·대학·연구기능을 대폭 보강하고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부지 확대, 세제지원, 규제완화 등의 혜택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3.5조원을 추가 지출하고 민간 부문에서도 4.5조원을 신규 투자할 계획이었다.

충청도민이나 야당인 민주당은 이같은 수정안에 결사 반대하면서 애초의 약속대로 중앙 행정부 9부2처 이전을 집행하라며 옹고집이었다. 자, 이제 그들이 승리했으니 세종시는 원안 회귀가 불가피해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들의 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염홍철 대전시장 당선자에 따르면 세종시 원안대로 가더라도 기업 인센티브는 그대로 남겨야 한다는 포지션 변경이다. 정부가 이미 약속한 것이니 지켜야 하고 기업체도 입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수정안의 내용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각종 관련 법규가 먼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을 시작으로 산업입지법, 기업도시개발법, 혁신도시법 그리고 기업 유치 등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이다. 이 모든 법을 뭉개버린 주체는 바로 그들 아닌가. 이런 판에 법안의 내용은 그대로 실현하라는 것이다.

기업체나 대학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정부가 수정안을 통해 제시한 각종 인센티브 때문이었다. 이들 인센티브가 사라진다면 기업체나 대학들이 굳이 충청도 내의 특정 지역을 찾아야 할 이유가 없다. 인센티브 차원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수정안이 무산되면 해당 지역의 관련 부지 공급이 불가능해 가고 싶어도 갈 자리가 없다.

인센티브 관련 법안들이 부결되면 이제 충청도는 다른 지자체와 똑같은 출발선에서 기업체나 대학, 연구기관 유치를 위해 경쟁해야 한다. 강운태 광주시장 당선자는 벌써부터 “세종시에 갈 예정이던 기업들과 접촉해 광주로 데려오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만이 아니다. 경상도, 강원도, 경기도에서도 안광이 지배를 철한다.

정부는 원안+α를 주고 싶어도 관련법이 폐지되는 만큼 충청도에만 특혜를 줄 방법이 없다. 물론 그들은 안주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이다. 그렇다. 민주당이 느긋한 표정인 것도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다음 정권에서 하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α공세를 끌고갈 경우 충청도는 확실한 우군으로 남을 것이라며 계산까지 끝내놓고 있다.

과연 그럴까. 나름대로 똑똑한 처신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정치의 역동성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정치의 표면은 손익계산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지만 그 저류에는 반드시 옳고 그름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된다. 그것이 바로 위정의 어려움이다.

물극필반(物極必反), 사물이 극에 이르면 반드시 돌아오게 마련이다. 모두들 욕심의 다툼이 도를 넘어서지 않았는지 뒤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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