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쫓는 ‘흰 가운의 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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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그러나 위험한 진단 / 리사 샌더스 지음, 장성준 옮김 / 랜덤하우스

추리소설 ‘셜록 홈즈’의 명탐정 셜록 홈스와 닥터 왓슨은 공통적으로 날카로운 눈과 놀라운 추리력을 지닌 전설적인 주인공이다. 홈스 탐정과 왓슨 박사는 작가 아서 코넌 도일이 의사 수련을 받던 중 만난 외과의사 조지프 벨을 모델로 만들었으며 세세한 것들을 면밀히 관찰하는 비상한 능력을 지녔다. 소설에서 홈스는 “스스로 내가 보고 있는 것에 주목하는 방법으로 훈련해 왔다”며 능력과 추론의 노하우가 교육을 통해 전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작은 단서까지 주의깊게 살피고 그 연결고리를 종합 분석하는 능력은 사건을 추적하는 탐정뿐 아니라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에게도 요구되는 덕목이다. 환자의 치료에 앞서 과연 무슨 병이며 그 원인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진단 절차는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탐정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진단은 기침 관절통 두통 복통 등 환자의 증상을 토대로 얼굴색과 몸 상태 등을 살피는 신체검사 외에 첨단 검사자료 및 의료진의 진단경험을 종합적으로 분석 정리하는 과정에서 내려진다.

실제로 미국 예일대 의대는 특별한 진단 기술을 훈련하는 1학년 대상의 교육과정으로 미술관의 그림을 관찰하는 수업을 실시해 왔다.

저자는 미국 폭스TV 의학드라마 ‘닥터하우스’의 의학자문위원이며, 뉴욕타임스 매거진에서 6년여 연재해 온 ‘진단’시리즈의 작가다. 예일대 의대 임상조교수로 의료현장에서 의학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진단과정과 그 오류를 주목해온 저자는 진단을 둘러싼 병원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전개한다.

각종 사례를 통해 복잡하고 조마조마한 진단, 오진에 따른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진단의 빛과 그림자를 추적한다. 의학과 더불어 진단기술이 발전하고 치료법도 향상됐지만 질병의 정체를 판별하지 못한 채 미궁으로 빠져든 사례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진단 오류가 의료 관련 소송에서 1, 2위에 오를 정도로 오진 확률이 높았으며, 진단 오류로 인한 부작용도 작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의료과정에서 진단이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고 있으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좌우하는 진단이야말로 ‘위대하면서 한편 위험한 절차’라고 지적한다. 첨단 인터넷 시대에도 의료진과 환자의 소통, 그리고 신체검사라는 기본검사의 재발견 및 첨단검사와의 조화야말로 ‘위대한 진단’을 가능케 하는 실마리라는 이야기다.

이 책은 현대의학으로 풀어내거나 아직도 미궁 속에 있는 질병까지 포함해 의료현장의 생생한 실화를 담고 있다. 환자의 유전적 희귀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고열 발진 등의 치료에 매달린다든지, 아프리카 여행 중 달팽이에 의한 기생충 감염 증세를 말라리아로 오진하거나, 인터넷 검색사이트를 통한 자가진단으로 목숨을 구하는 등 진단과정의 문제점과 그 해결의 실마리를 전하는 사례는 한 편의 TV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다.

오랜 음주 이후 저칼륨혈증으로 집에서 돌연사한 젊은 여성의 경우, 부검으로도 사망 원인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유가족의 후일담을 통해 죽음에 이르게 한 병력을 찾아냈다든지, 특정 마을의 돌림병을 밝혀내기 위한 지역사회 조사 및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시대의 첨단 진단 가능성 등 의료현장의 주요 과제들도 주목한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