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사랑의 매? 감정적 폭력?… 선생님들의 ‘아슬아슬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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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 전면금지령’ 발표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9일 “오는 2학기부터 서울 시내 모든 유·초·중·고등학교에서 체벌을 전면 금지한다”며 “학교별로 운영되던 체벌 규정을 즉시 폐지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사랑의 매’로 용인되던 교사의 체벌이 상식을 벗어나 폭력 수준에 이른 사례가 잇달아 전해지면서 시교육청이 체벌 전면 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시교육청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서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학생 지도를 사실상 포기하라는 지침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금지 지침이 선진 교육현장을 여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 아니면 교권추락 및 학생방치 사태로 이어질지 10문10답을 통해 해법을 점검해 본다.

1. 체벌논쟁 촉발시킨‘오장풍’사건

지난 15일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학부모회(평학)는 서울 동작구 M초교에서 오모(50) 교사가 6학년 남학생의 뺨을 손바닥으로 마구 때리고 발로 차는 폭행장면 동영상을 공개했다. 학부모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 교사를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교내에서 오 교사의 별명은 ‘오장풍’. 오 교사에게 맞으면 날아서 나가 떨어진다며 아이들이 붙인 별명이다. 시교육청은 즉각 오 교사를 직위해제하고 피해 학생들에 대한 심리치료에 들어가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19일 체벌 전면 금지령을 내리고 2학기 시작에 맞춰 학생 지도 매뉴얼을 일선 학교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교육청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단체, 교원·시민단체들은 환영과 우려 입장을 밝혔다.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체벌 전면 금지에 대한 입장 및 체벌 대체 수단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촉발됐다.

2. 사랑의 매? 감정적 폭력?

관련법에 따르면 체벌은 학교 규정이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될 경우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학교 규정에 근거하지 않은 교사의 자의적 체벌이나 감정적인 체벌은 허용되지 않는다. 학생이 징계를 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고 해도 처음부터 체벌을 가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체벌은 수차례 반복된 훈육과 훈계에도 효과가 없을 경우 선택해야 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규정된다.

체벌은 학생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 심신이 박약하거나 체벌을 받을 경우 문제가 될 만한 특성을 가진 학생에게는 원칙적으로 체벌이 금지된다. 체벌의 정도 역시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에 입각해 사법적 판단을 내린다고 전제할 때 체벌을 가하는 교사에게 귀책 사유가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 그러나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사랑의 매’라는 미명하에 체벌이 공개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오장풍 사건’에서 보듯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의 일탈행위에 ‘감정적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3. 손으로 때리면

체벌의 형식도 중요하다. 교사가 손과 발 등 신체의 일부분을 이용해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는 직접적인 체벌은 금지된다. 상당수 학교는 학교 규정에 체벌에 사용하는 도구와 체벌을 가할 수 있는 부위를 정하고 있다. ‘지름 1㎝ 내외, 길이 50㎝ 이하의 나무로 하며 직선형인 도구를 사용한다’, ‘체벌부위는 표가 나지 않는 둔부로 한다’는 식이다. 도구를 사용해 체벌을 하도록 한 이유는 신체를 사용할 경우 체벌을 가하는 교사나 당하는 학생 모두 감정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9년 12월 학교생활규정에 어긋나는 체벌도구로 학생을 체벌한 교사에 대해 경고조치할 것을 학교장에 권고했다. 해당 교사는 플라스틱 재질의 텐트 지지대로 학생의 머리와 손바닥을 때렸고, 인권위는 “체벌규정을 어기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밝혔다.

4. 체벌 대체 수단 무엇이 있나

체벌 전면 금지에 대한 사회적 의견 수렴과 대책 마련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서울시교육청은 서둘러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체벌 대체 수단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시교육청 내부에서 거론된 대체벌은 교실퇴장, 휴대전화 휴대 금지, 생활기록부 기재 등이다. 교실퇴장 제도는 학생이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장난치는 등 수업을 방해하면 즉각 교실 밖으로 내보내는 징계다. 수업이 끝난 이후 교사는 퇴장당한 학생과 면담해 잘못을 깨닫도록 지도해야 한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등교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학생들에게는 큰 벌이 될 거라는 주장도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요즘 아이들에게 휴대전화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기 때문에 며칠간 휴대를 금지하는 벌은 학생 지도의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소환제는 많은 교사들과 교육전문가들이 도입을 주장하는 대체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소환에 잘 응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5. 시도별 교육감 생각은

전국 16개 시도교육감은 체벌 전면 금지에 대해서도 대체로 진보와 보수에 따른 입장 차이를 보였다. 체벌전면금지령을 내린 곽노현 서울교육감과 마찬가지로 김상곤 경기교육감, 민병희 강원교육감, 김승환 전북교육감, 장만채 전남교육감 등은 체벌 전면 금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제정에 체벌과 관련된 조항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보수 성향 교육감들은 전면 금지에는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미묘한 차이를 나타냈다. 원칙적으로 금지된 체벌이 허용되는 범위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기용 충북교육감과 고영진 경남교육감은 “교칙 위반 행위에 대해 규정 내에서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안순일 광주교육감과 김신호 대전교육감은 각각 무릎꿇리기, 손들고 벌서기 등을 예로 들면서 ‘간접적 체벌’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6. 체벌관련 법규의 변천사

지난 1997년 김영삼 정부는 기존 교육법을 초·중등, 고등, 평생교육법으로 분리하면서 체벌금지 조항을 두려 했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법제정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학생 체벌과 관련된 법규는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초중등교육법이 제정되면서 법률로 명문화됐다. 당시 초중등교육법 18조1항은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해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법 조항에 ‘체벌’이라는 용어는 없으며 법 시행령 31조 7항의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않는 훈육·훈계 등을 해야 한다’는 부분이 체벌의 근거 규정으로 인식돼 왔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체벌없는 학교 만들기 추진’을 매년 일선 학교에 하달하는 학생생활지도계획에 포함시켰다. 초중등교육법은 제정이후 17차례 개정됐지만 체벌과 관련된 18조1항은 내용이 추가되거나 바뀌지 않았다.

7. 체벌에 대한 단체별 입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체벌 전면 금지에 대해 ▲여론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으며 ▲이후 발생할 학교 현장의 문제점 해소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즉흥적이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초중등교육법이 정한 ‘기타의 방법’에 체벌도 포함되는 만큼,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 내의 체벌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도 성명을 통해 교사의 폭력은 문제지만 체벌과는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 금지 방침을 지지하고 있다. 학생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교사가 정당한 기준을 통해 학생을 지도할 경우 물리적 체벌이 없더라도 교육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교총이 지난 19∼21일 전국 유·초·중·고교 교원 및 전문직 등 432명(교사 308명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분석 결과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전면금지 방침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82.1%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8. 법정으로 간 체벌소송의 결과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학교 체벌에 대한 인식이 ‘교사의 자율권’에서 ‘학생 인권보장’ 쪽으로 변화하면서 교사의 체벌을 둘러싼 형사 사건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심한 체벌에도 벌금형 선고가 대부분이었지만 과도한 체벌의 경우 교사에게 징역형까지 선고하는 등 처벌 수위가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2004년 6월 여중생을 폭행한 교사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리면서 ‘객관적 타당성’이 있는 체벌만 정당한 행위로 인정한 이후 일선 법원도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 2009년 9월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수업시간에 떠든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3학년생을 발로 차 머리를 다치게 한 교사에게 징역 3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인천지법은 지난 2009년 4월 초등학생의 엉덩이를 80여대 때려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교사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이 교사는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교단을 떠났다.

9. 외국에서는 어떻게

국가 특성과 학부모 요구에 따라 체벌 규정은 다양하다. 미국은 주에 따라 체벌을 허용 혹은 금지하고 있다. 체벌을 금지하고 있는 주에서도 학교마다 특수교사를 두고 ‘정학’, ‘낙제’ 등 적절한 훈육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학교에 경찰이 상주, 학생 간 혹은 학생·교사 간 폭력 사건이 빚어지면 즉시 사건을 처리한다.

독일도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는 대신 학교별로 정학, 학부모 소환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영국도 공립학교에만 적용하던 체벌 금지 조치를 1998년 사립학교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텍사스·미주리주 등 23개 주는 제한적으로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학교장 허락 아래 손바닥이나 옷 위 엉덩이에 가벼운 회초리로 체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0. 우리사회의 해법은 무엇인가

서울시교육청은 체벌 전면 금지령 발표에 대해 “이번 조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전에라도 교사에 의한 학생 체벌 금지가 시급하다는 인식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의 교사 체벌 사건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덧붙였다. 체벌 전면 금지령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이어질 것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체벌 금지령을 놓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의견수렴이 전제되지 않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교육전문가들은 학생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교사들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등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모두 반영해야 바람직한 해법이 도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버들·장석범·권로미기자 oisea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