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재산세의 부활

  • 문화일보
  • 입력 2010-07-2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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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위원

좌파는 맹목적 복지 포퓰리즘으로 나라 곳간을 거덜내고, 우파는 부동산 버블 조장으로 팬들의 인기 끌기에 여념이 없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좌파의 선전·선동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국민이 자신의 풍요로운 삶을 정부에 당당히 ‘요구’하는 모습에서 나타난다. 요즘엔 정부가 공짜로 주는 돈이 적다며 표로 심판해버리겠다는 의사 표시조차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그럼 우파는 좀 나은가. 무책임으로는 일란성 쌍둥이다. 최근 들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여당인 한나라당은 다시금 대출규제를 완화하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6·2지방선거의 패배는 자기네가 못나서가 아니라 집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임 회피의 귀재들이다.

이들 우파 귀족 정치인은 경제 운영에서 버블이 얼마나 위험한 마약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금 전 세계 정부의 재정위기로 전이된 채 각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범이 바로 부동산 버블이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무관심이라기보다 버블이 가져다주는 일시적 쾌감이 너무 큰 나머지 사회 전체의 건강을 해치리라는 경고에 귀기울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럼 금융위기가 왜 부동산 버블에서 시작된 것일까. 2000년대에 들어와 선진 각국은 저마다 부동산 경기 호황을 즐기고 있었다. 웬만하면 너도나도 주택 구입에 나서기가 유행이었다. 돈을 빌려서 사두기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차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가난하고 소득이 낮은 소비자들에게까지 각종 금융 혜택을 속삭이며 주택구입 대출을 권유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가 태어난 배경이다.

선진국 금융기관들은 주택담보대출 유동화 과정에서 온갖 첨단 금융기법을 동원, 부채담보증권(CDO)이나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을 남발하면서 쏟아져 들어오는 수수료를 즐기고 있었다. 한마디로 버블의 향연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그 위에 구축됐던 거대한 피라미드 상술은 일시에 붕괴됐고 전세계 경제는 대불황의 코 앞까지 갔던 것이다. 선진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 재정 투입으로 경제 파탄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다음 차례가 바로 연쇄적인 재정위기 사태다.

이같은 참사에 직면해서야 선진국 경제학자들은 또다른 버블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는 원천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그런 인식하에 최근들어 하나 둘 ‘재산세’의 효용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부동산 버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재산세를 부과, 집값 안정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자유시장경제의 첨병 역할을 자임해온 파이낸셜타임스(FT) 등도 점진적인 재산세 강화야말로 불로소득인 지대(地代)를 환수하는 길이며 부동산 투기의 열풍을 잠재울 수 있는 근원책이라는 점을 적시하고 있다. 재산세 등 지대의 사회화(징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노동소득(소득세)의 사회화에는 입을 다무는 행위야말로 자기 모순 아니냐고 따질 정도다.

FT의 대표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임금 등 소득이나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는 이들의 공급을 줄이게 된다. 반면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 부과는 그렇지 않다. 어차피 공급은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재산세는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불로소득을 줄일 수 있는 효과까지 있다. 그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을 방치할 경우 부동산 버블과 신용팽창 그리고 파탄의 과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다시금 대중에게 부동산 대출을 늘려줄 태세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버블을 키우자는 것이다. 이 나라의 부동산 가격이 과연 정상인가에는 관심조차 없다. 오히려 ‘경기침체 가능성’을 인질로 정부를 협박중이다. 그들이 꿈꾸는 이상사회는 불로소득이 근로소득의 따귀를 갈겨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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