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 어디로>‘환율 조정役’ MB, 원자바오 ‘설득’

정부는 최근 미국·유럽연합(EU)과 중국 간에 고조되고 있는 ‘환율전쟁’과 관련, 오는 11월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정식 의제로 다루기로 8일 방침을 정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앞서 벨기에 브뤼셀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한·중양자회담(5일)및 한·EU정상회담(6일)을 열고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를 세계경제의 불균형 해소와 지속성장, 금융기구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차원에서 의제로 다루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미·중 간 환율 문제가 최근 양자관계 수준을 넘어서 선진국과 신흥개발국 간 갈등양상으로 비화하자 G20정상회의가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하는 ‘프리미어 포럼’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적극 중재에 나서기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이 대통령은 원 총리에게 국제사회에서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가 커지는 등 흐름이 변화한 만큼 이 문제를 서울 G20정상회의에서 다룰 수밖에 없고 중국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뜻을 간접 전달했다”며 “원 총리도 이 대통령의 설득에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신흥개발국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쿼터(5%) 이전 방안이 논의되고, 중국이 지분과 발언권 확대로 최대 수혜를 얻는 만큼 이에 걸맞게 세계경제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청와대 다른 고위관계자도 “이 대통령은 한·EU정상회담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이 같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건의받았다”며 “세계경제의 교역 불균형 해소 방안을 논의하고, 금융구조개혁을 다루는 세션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7일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과의 간담회에서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환율문제에서부터 여러 가지 국제공조를 해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G2(미국·중국) 간의 갈등에 이어 EU까지 중국 압박에 가세하는 분위기에서 이 대통령이 이처럼 거중 조정역할을 자임하게 된 데는 최근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면서 경제회복을 위협하고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